<일본이야기>'괴롭힘'에 지친 日직장인 '스트레스 검사' 의무 실시

박준희 기자 2015. 11. 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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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1일부터 일본의 기업들은 직장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스트레스 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한다. 지난해 개정된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라 시행되는 스트레스 검사 의무화는 전국 약 16만 곳의 사업장에서 2000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그 대상이 된다. 사업자는 매년 한 차례씩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해야 하며 결과는 의사들이 검사받은 사람 본인에게 직접 통지하고 스트레스가 높다고 판정된 사람은 의사의 지도를 받는다. 사업자는 의사의 의견을 수렴해 근무장소 변경이나 근무시간 단축과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이미 직장인들의 건강검진은 일반화돼 있지만,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건강까지 회사가 챙겨 주도록 한 일본 정부의 정책은 타국 직장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일본 직장인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런 스트레스 검사 의무화가 노동자 복지 정책의 최첨단이라고만 여길 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각종 직장 내에서 상사, 동료들로부터의 괴롭힘이나 업무 압박에 따른 직장인들의 고통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된 것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많은 나라의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성희롱, 이른바 ‘섹크하라’를 비롯해 임산부나 육아여성에 대한 압박이나 차별인 ‘마타하라’, 육아남성에 대한 압박인 ‘파타하라’ 등의 단어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영어 harassment(괴롭힘)의 일본식 약어인 ‘하라(ハラ)’ 앞에 sex(성별), maternity(임산부), paternity(아버지·부성)를 합성해 만든 일본 직장인들의 은어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오와하라’라는 것도 있다. 종료하다는 뜻의 일본어 ‘오와루(終わる)’와 ‘하라’의 합성어로 어떤 구직자가 한 회사로부터 입사합격 통보를 받은 후 그 회사가 더 이상의 구직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타인에 대한 친절이나 배려의 이미지가 강한 일본에서도 갑을(甲乙)관계로 얽혀 있는 직장인들이 받는 정신적 고통은 여느 나라 직장인들 못지않았나 보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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