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먹는 아이 NO".. 어린이 가려 받는 어린이집

김다영 기자 2015. 11. 27. 14: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CTV·여론 악화로 예민

“억지로 밥 못 먹여” 퇴원권유

맞벌이 부모 새 고민거리로

당국 “행정지도뿐 제재 못해”

두 돌 된 남자아이를 3개월째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워킹맘’ 전모(30) 씨는 최근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상담을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전 씨는 평소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고집이 센 편이라 안 그래도 걱정을 하고 있던 차였다. 원장은 전 씨에게 “앞으로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 달아야 하는데, 밥을 안 먹겠다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억지로 밥을 먹이면 자칫 아동학대처럼 보일 위험이 있다”며 간접적으로 아이의 어린이집 퇴원을 권유했다.

전 씨는 “원장의 말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가 예민한 편인 데다 아동학대 이야기까지 꺼내는 모습에 퇴원 권유를 거부할 수만은 없었다”며 “맞벌이를 하고 있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다른 방도가 없는 터라 육아 휴직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어린이집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되자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의 등원을 어린이집이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육아를 어린이집에 의존하고 있는 맞벌이 부부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로 떠오르는 실정이다.

세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이모(38) 씨도 최근 둘째 딸이 1년 넘게 다니던 어린이집으로부터 퇴원 권유를 받았다. 어린이집 측에서 “아이가 샘이 많고 친구들과 자주 싸우는 편인데, 부모에게 양해를 구했다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아이를 벌 세우거나 오랫동안 꾸짖는 행동은 보육교사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길 권유한 것. 이 씨는 “처음부터 입소를 거부당했다면 모를까 잘 다니던 어린이집으로부터 퇴원 권유를 받으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A(여·48) 원장은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이제 아이를 조금만 잡고 흔들어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행동으로 보육교사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경우 되레 ‘아동학대 어린이집’으로 오해를 받을 위험이 커서 다들 아이를 가려서 받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측에서 아이의 입소나 등원을 부당하게 거부할 경우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 행정지도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아동학대 문제가 민감한 상황에서 보육이 어려운 아이에 대해 운영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 퇴원을 권유하는 것을 제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