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한 아빠'가 답은 아니다

박경일 기자 2015. 11. 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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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콤플렉스 벗어나기 / 오카다 다카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가정에서의 아버지 부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버지는 공장과 기업의 노동단위로 흡수돼 아이 곁에서 사라졌다. 아버지는 더 이상 아이를 교육하지도, 놀아주지도, 상담해주지도 못한다. 아버지의 존재가 희미해지면서 어머니의 역할이 더 커졌지만, 맞벌이 등으로 최근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아버지의 전범이 사라진 시대. 친구 같은 아버지가 돼야 할 것인가, 존경받는 아버지가 돼야 할 것인가. 이 책은 바람직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모색한다.

저자는 어머니의 품 안에서 벗어난 자식이 세상과 만나는 과정에서 ‘욕망에 한계를 부여하고 통제하는’ 아버지의 역할을 특히 강조한다. 어머니와의 밀착관계에 안주하는 아이를 끌어내 욕망을 현실적으로 단련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상한 아버지’가 되고 싶은 아버지의 욕망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여러 번 경고한다. 자상한 아버지가 아이의 자립에 부정적인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엄격함과 거리감은 때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자상하고 꼼꼼하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다그치고 밀쳐내는 태도는 친절하지는 않지만, 아이는 그럴 때 억울함을 발판 삼아서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만의 방식을 찾게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요즘에는 부재에 대한 미안함과 친밀감 유지를 위해 ‘금지’는커녕, 눈치를 보는 아버지들이 적잖다. 저자는 “현대의 아버지는 집에서 아이를 쫓아낼 수도 없게 됐다”고 개탄한다.

언뜻언뜻 행간에 비치는 가부장적인 가족관,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단정적인 해석 등이 좀 불편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저자의 조언은 참고할 만하며, 어떤 아버지가 돼야 하는가를 새삼 생각해보게 한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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