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소도시 "ISIS 이름 포기 못해..우리가 먼저 썼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동부 퀸즐랜드주(州)의 한 작은 도시가 이름 때문에 난처한 입장에 몰렸다.
약 6천명의 주민이 사는 이 도시의 이름은 '아이시스 셔'(Isis Shire).
영국 아이시스 리버(Isis River)에서 이름을 따온 이 도시는 약 130년 전인 1887년 형성된 곳으로 주민들은 농업과 사탕수수 재배로 생계를 꾸리며 조용히 살고 있다.
이 도시에서는 각 상점, 학교, 체육시설 등의 이름에 자연스럽게 지역명을 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ISIS 클럽' 'ISIS 골프클럽' 'ISIS 철물' 'ISIS 수영장' 등 'ISIS'란 표기를 곳곳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전신인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가 2013년 악명을 떨치면서 이 소도시는 단지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약 1년 후 ISIS가 국가수립을 선언하며 IS로 이름을 바꿨지만 호주 등 서방은 이들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며 ISIS 혹은 ISIL(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이라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최근 파리 테러를 일으키는 등 ISIS의 악행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아이시스 셔도 개명의 압력을 더욱 강하게 받는 실정이라고 데일리메일 호주판이 27일 전했다.
지난해에는 이 지역 럭비 클럽 '아이시스 데블스'(Isis Devils)가 지역 최종 결승에 나서게 되자 지역 럭비협회나 방송은 당혹스러운 상황을 피하려면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사회는 개명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지역 언론인인 웨인 하이드리히는 주민들의 일반 여론이 테러범들의 활동과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이름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고 "우리가 먼저 그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민들은 특히 아이시스의 이름아래 이룬 업적을 포기할 수 없다며 특히 두 차례의 세계 대전에 이 지역 많은 남성들이 자원 입대한 점을 강조했다.
이 지역 시장을 지낸 빌 트레버는 테러범 때문에 생활방식을 포기하거나 바꾸면 그들에게 지는 것이라며 "다만 내가 중동에 간다면 내가 아이시스에서 왔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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