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아픈 비밀..'변시' 응시도 못하고 유급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효진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또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3학년인 아들의 졸업시험 낙방 구제에 나선 게 알려지면서다. 특히 변호사시험 유급 문제가 관심의 초점이다.
27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신 의원은 최근 아들이 다니는 로스쿨 원장을 만나 구제 방안을 문의했다. 졸업시험에 떨어진 학생은 변호사시험 응시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로스쿨 측은 예정대로 신 의원 아들을 졸업시험에서 탈락시켰다.
법조계는 신 의원 아들 구제 논란이 로스쿨의 '숨기고 싶은 그늘'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한다. 로스쿨 입학만 하면 변호사가 쉽게 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얘기다.
법무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제4회 변시 합격률은 61.1%로 나타났다. 2561명이 응시해 1000명가량 탈락했고, 1565명이 합격했다. 제1회 시험 당시 87.2%로 나타나면서 시험만 보면 다 합격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제2회 75.2%, 제3회 67.6%, 제4회 61.1% 등 해마다 합격률은 급락하는 추세다. 내년 제5회 때 합격률은 5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변시 합격률은 전체 평균이라는 점에서 중하위권 로스쿨의 합격률은 훨씬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변시 합격률에는 초시와 재시의 비밀마저 숨어 있다. 시험에 한 번 떨어진 로스쿨 졸업생이 이듬해 다시 시험을 보는 '재시' 합격률은 올해 46.6%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38.4%에 머물렀다. 변시에 한 번 떨어진 학생은 이후 합격률이 더 떨어지는 셈이다.
변시 합격률이 급락하면서 로스쿨 측은 비상이 걸렸다. 졸업시험을 통해 변시 합격 가능성이 불투명한 이들은 아예 응시 기회 자체를 막는 경우도 있다.
로스쿨에 어렵게 입학해 3년 동안 공부하고 억대의 비용을 들였지만, 변시는 보지도 못하고 '유급생'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신 의원 아들이 다니던 로스쿨도 입학정원의 10%가 넘는 8명을 이번에 졸업시험에서 탈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로스쿨은 더 엄격한 졸업시험 제도를 통해 학생들을 걸러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시 합격률이 급락하면서 학생들은 더욱 시험 합격에 매진할 수밖에 없고, 로스쿨 교육은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변시 합격 위주로 흐를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이기우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교수들도 강의를 하면서 계속 변시 합격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많은 로스쿨 교수들이 '우리가 고시학원 강사도 아닌데'라며 회의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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