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마니아썰]역시 퍼팅이 답이다

김세영 기자 입력 2015. 11. 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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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타와 퍼팅은 골프의 영원한 논쟁거리다. 때때로 장타의 중요성이 부각되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 골퍼에게는 퍼팅이 답이다. 사진편집=유광준 기자

'장타 vs. 퍼팅'. 골퍼들의 영원한 논쟁거리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 골퍼는 장타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 그들에게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는 '로망'이다. 반면 프로 골퍼들은 대개 퍼팅에 방점을 찍는다. 골프 격언 역시 '퍼팅'에 한 표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국내 여자 프로골프계의 상황을 두고 최근 장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장타 부문 1위 박성현이 3승을 거둔 영향이 크다고 본다. 박성현 외에도 장타 랭킹 10위 이내 선수 중 이정민이 3승, 김민선, 조윤지, 하민송은 1승씩을 거뒀다. 여기에 올 시즌 국내 무대를 평정한 전인지가 장타 부문 10위에 올랐다는 점도 장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한몫을 했다. 이에 비해 라운드 당 평균 퍼트 수 부문 10위 이내 선수 중 우승을 거둔 이는 전인지와 김혜윤 밖에 없다는 점도 장타에 무게 중심을 실어주는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간과한 게 있다. 라운드 당 평균 퍼트 수는 퍼팅 실력을 대변하는 통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파 온에 성공하지 못한 선수가 쇼트 게임으로 홀 가까이 붙여 1퍼트로 홀 아웃을 할 확률이 있다는 거다. 이럴 경우 보기나 더블 보기를 범했더라도 평균 퍼트 수는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인해 그린 적중시 퍼트 수가 퍼팅 실력을 가늠하는 좀 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시선을 해외로 돌려보면 '퍼팅이 곧 돈'이라는 격언이 확연히 입증된다(그린 적중률 등 다른 샷 데이터는 논외로 하자).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그린 적중시 평균 퍼트 수를 따져보면 리디아 고가 2위(1.744타), 박인비가 3위(1.745타)에 올랐다. 리디아 고와 박인비는 시즌 5승씩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상금 등 거의 전 부문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둘의 그린 적중시 평균 퍼트 수 차이도 0.001타밖에 나지 않는다.

올해 LPGA 투어 그린 적중시 퍼트 수 1위는 스테이시 루이스(1.738타)였다. 그는 우승만 없었을 뿐 준우승 5회 등 꾸준한 성적을 거뒀다. 리디아 고와 박인비, 루이스가 상금 랭킹에서도 나란히 1~3위에 올랐다. 반면 리이다 고는 장타 부문 60위, 박인비는 76위, 루이스는 89위에 머물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도 마찬가지다. 2014-2015시즌 PGA 투어의 그린 적중시 평균 퍼트 수 1~3위는 조던 스피스(1.699타), 제이슨 데이(1.712타), 더스틴 존슨(1.715타) 순이다. 스피스와 데이는 나란히 상금 랭킹 1,2위에 올랐고, 존슨도 5위에 랭크됐다. 데이와 존슨은 300야드를 가볍게 넘기는 장타 능력으로 주목을 받긴 하지만 실상은 빼어난 퍼팅 실력도 겸비했다는 뜻이다.

올 시즌 7승을 거두며 일본남녀프로골프 투어 통틀어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새롭게 쓴 이보미 역시 그린 적중시 퍼트 수 1위(1.7539타)에 올랐다. 이보미는 지난해에는 이 부문 통계에서 16위에 머물렀으나 올 시즌 퍼팅 루틴을 간결하게 바꾼 뒤 1위로 올라섰고, 그건 상금액으로 이어졌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경태는 그린 적중시 퍼트 수 부문 4위(1.7378)에 올라 있다. 반면 장타 부문 랭킹은 53위(276.46야드)다. 올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내셔널 타이틀'까지 싹쓸이를 한 전인지도 시즌 초반 퍼팅을 교정한 뒤부터 승승장구했다.

미국 PGA 클래스 A 멤버인 장재식 프로는 "정상급 선수들의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 능력은 거의 엇비슷하다. 실력이 갈리는 건 그린에서다"며 "장타는 우승을 위한 충분조건은 되지만 필요조건은 되지 못한다. 반면 퍼팅 능력은 필요조건"이라고 했다. 이처럼 프로 세계에서는 퍼팅 능력이 상금과 직결되고, 퍼팅 실력을 평가할 때 그린 적중 시 퍼트 수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

한 가지 더 얘기를 하자면 국내 남녀프로골프 투어에 대한 아쉬움이다. 국내 투어는 라운드 당 평균 퍼트 수만 집계할 뿐 그린 적중시 퍼트 수에 대한 통계를 내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퍼팅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자료가 없는 실정이고, 그래서 이에 대한 오해가 빚어지기도 한다.

여자로 대표되는 K골프는 이제 양적인 성장을 이뤘다. 올해 LPGA 투어 대회까지 포함해 29개를 열었다. 국내 기후 사정을 감안했을 때 연중 열릴 수 있는 최대치다. 양적인 성장을 거둔 만큼 이제는 질적인 성장도 이룰 때다. 선수들에 대한 각종 샷 데이터를 보완하는 것도 그 일환 중 하나다.

그나저나 골프의 신(神)이 내게 장타와 퍼팅 능력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장타다. 그 맛에 골프를 하니까!

김세영 마니아리포트 국장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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