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와 '심상찮다' 사이..70만가구 舌戰

주상돈 2015. 11. 27. 11: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살아난 주택시장…과잉공급이 미분양대란 부르나
"주택수 여전히 부족…물량 많지만 수요가 뒷받침"
"수도권 미분양 증가…신규분양도 10년 평균 30% 넘어"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현재 주택공급 물량은 필요 이상일까. 주택공급 물량이 올 한 해 70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과잉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수요를 초과한 공급 물량이라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서도 정부는 애써 '과잉' 수준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5일 주택업계 간담회 자리에서 "주택 인허가가 과거에 비해 빠르게 늘어 주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주택을 적정 수준으로 공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히며 전문가들까지 나서 공급과잉 여부에 대해 잇따라 판단을 내놓고 있다. 공급과잉은 국가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수요를 과도하게 넘어서 공급될 경우 수급체계를 무너뜨려 시장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더욱이 대출금을 끼고 구매하는 특성상 금융권으로 부채 리스크가 확산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급과잉 여부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리고 있다.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전문 연구기관의 평가에 대해 학계에선 부작용이 우려되는 수준이라는 진단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주택시장이 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엄청난 물량공세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는 공급의 고삐를 계속 죄고 있다. 장기침체를 겪던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살아나자 건설사들은 '밀어내기 분양'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27일에만 38곳이나 되는 견본주택이 문을 열 정도다. 숨가쁘게 분양에 나서면서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주택 인허가 물량이 60만4340가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역대 최고치인 71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분양 주택 수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비상등이 깜빡거리는 모양새다. 국토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만5576가구로 지난 9월보다 0.2%(32가구) 늘어났다. 전국 기준으로는 3만2221가구로 9월보다 3.9%(1298가구) 줄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는 미분양이 늘어난다는 데 근거한다.

이에 대해서는 한때 10만가구를 훨씬 넘는 미분양을 안고 있던 6~7년 전에 비한다면 공급과잉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0년 이후 월평균 미분양 물량은 약 7만가구라는 데이터도 근거한다. 더욱이 청약률이나 계약률 등으로 볼 때 수요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공급은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되는 편이라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초과 공급이 이어져야 공급과잉이라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며 "초기 분양률이 최근 하락하긴 했지만 최근 분양률이 너무 높아 눈높이기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양개시일로부터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 사업자의 계약률을 뜻하는 초기 분양률의 경우 올해 3분기 87.7%로 2분기보다 4.5%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78.3%)와 비교하면 9.4%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주택 수는 여전히 부족해 일시적 공급물량 증가를 두고 공급과잉으로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주택 보급률은 103.5%.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살고 있는 서울의 경우 97.9% 수준이다. 또 다주택자가 증가한 탓에 자가보유율은 2006년(61.0%)부터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53.6%까지 떨어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현 상황을 공급과잉이라고 진단하기 이르다고 봤다. 박 위원은 "최근 공급량은 주택시장에 부담을 주는 수준인 것은 맞지만 공급과잉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특정 시점이 아닌 일정 구간의 공급량을 봐야 하는데 신규 분양의 경우 최근 몇 년간 30만가구 이하로 공급되는 등 그동안 너무 적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도 올해 수준인 50만가구가량의 물량이 공급될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그동안 공급하지 못했던 것을 공급해서 괜찮다는데 아파서 며칠 못 먹었다고 한 번에 많이 먹을 순 없다"며 "올해 신규 분양물량은 50만가구로 지난 10년간 평균의 25~3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또 "인허가 건수도 5개 신도시를 건설할 때인 1990년 이래 최대로 공급과잉이 아니라는 지표가 없을 정도"라면서 "전반적인 거래량과 공급 관련 지표가 과잉팽창돼 이런 추세라면 2~3년 뒤 공급과잉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