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진PD "지금도 여전히 '1박 2일' 끝났으면 한다" [2주년 인터뷰②]

성선해 기자 입력 2015. 11. 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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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시즌3 유호진 PD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1박 2일'의 남자 유호진(36) KBS PD를 만났다. 그는 2주년을 맞이한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 시즌 3의 수장이다. 덕분에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을 2년째 헤메고 있다. 로드 버라이어티 연출자의 숙명이다.

시즌3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유 PD는 주목받기 시작했다. 수명이 다했다고 평가받던 '1박 2일'이란 브랜드 역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1박 2일'을 다시 살려낸 건 자신이 아닌 팀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지난 2년은 팀플레이의 위력을 체험하는 과정이었다. 또한 개인주의자였던 모범생이 가족주의에 물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Q. KBS에 입사하기 전에 소설을 집필했더라. PD가 된 후에도 여러 매체에 꾸준하게 글을 기고해왔다.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익숙한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시즌3가 다른 시즌에 비해 기획적 면이 강한 것도 연출자의 성향인 것 같다

나는 시즌3가 다른 시즌과 비교해 어떻게 다르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또 나는 나라는 사람을 잘 모른다. 늘 이렇게 살았으니까. 단지 내 방식대로 일하는 것뿐이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좋겠다. 운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근데 나는 운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년간 다행히 운이 좋았다.

Q. 시즌3는 2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았다. 하지만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거다. 이제 꽤 지쳤을 것 같기도 하다

만성이 됐다. 그건 새로운 동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간에 쉬는 시스템을 만들면 회사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시즌1을 함께한 나영석 선배가 '시즌제를 하면 좋을 텐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공부도 하고 재충전도 하면서 다시 녹화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뜻이었다. 결국 선배는 나가서 시즌제를 하고 계시지만. 물론 우리는 여건이 안 되니 어쩔 수 없다.

Q. 언젠가 '1박 2일' 시즌3가 끝나나 기다린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한 말인가

노코멘트 하겠다.(웃음) 처음 내가 연출을 맡았을 때 '1박 2일'은 미션이었다. 성공적으로 완수해야하는 과업이기도 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전략적 동반자였다.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이 미션이 성공해야 얻어 가는 게 있는 거니까. 그래서 끝나면 이 모든 고통스러운 관계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진대회에 나가는 학생처럼 살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난 그랬다. 모범생이었으니까. 어떻게든 이 숙제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2년 동안 쓴맛 단맛 다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다. '사람들과 일하는 게 참 좋구나'란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1박 2일' 시즌3가 끝났으면 한다. 쉬고 싶다. 근데 그때보단 그런 마음이 덜해진 것 같다. 팀원들과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훨씬 많아졌다. 그만두고 여기서 해방되면 행복하겠지.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하고. 근데 이 사람들과 같이 못한다는 사실은 좀 두렵다.

Q. '1박 2일'은 전통적으로 PD가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망가지는 부분도 있다. 어찌보면 회사원인데 부담스럽지 않나. 프로그램 출연으로 얻은 것과 잃는 것이 있다면?

익명성을 잃고 편리함을 얻었다. 개인의 자유가 박탈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쳐다보고, 사생활에도 지장이 있다. 또 내가 기분대로 행동했을 때 혹시나 말이 나오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사실 진짜 불편한 건 일하면서 실패와 성공의 책임이 모두 내게 온다는 거다. 만약 앞으로 내가 맡게 될 다른 프로그램이 실패한다면 어떨까. 그걸 내가 다 뒤집어쓰게 된다. 반면 성공해도 그 혜택은 내가 다 받는다. 그게 제일 안 좋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 급진적이거나 과감한 시도에 대한 위험성도 커진다.

좋은 점은 많다. 또 회사에서도 기술 팀이나 경영 팀이 내 얼굴을 아니까 쉽게 쉽게 넘어가 주시는 게 있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는 얼굴이 알려진 게 수월하다. 편리함이 있다.

Q. 사실 프로그램 제작은 팀플레이다. 근데 '1박 2일'은 대외적으로 PD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내 얼굴이 화면에 많이 나와서 그렇다. 사실 내 이름은 '1박 2일' 연출진 20명의 일반 명사 같은 거다. 제작진의 대표인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나를 욕해도 1/20라 생각한다. 또 칭찬해도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이해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건, 성과나 실패가 내 이름을 통해 거론되지만 실은 우리 팀이 다 같이 하고 있다는 거다. 내가 하는 일은 사실상 가장 큰 기획과 세부의 승인 정도다. '지금부터 찍읍시다'나 '여기까지 찍읍시다' 정도일 수도 있다.

재미라는 건 디테일의 힘이다. 그건 팀원들의 몫이다. 사실 방송계는 박봉이다. 밤도 많이 샌다. 그래도 이들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는 누군가가 자신이 하는 일을 재밌다고 생각해주길 바라서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에서 '어제 그 게임이랑 자막 웃기다'란 반응이 나왔다고 치자. 자막 쓰는 막내 PD나 아이디어를 쓰는 작가들은 그거 하나로 몇 주를 버틴다. 하지만 그들은 메인 MC나 PD, 셀러브리티가 아니기에 이들의 헌신이 잘 안 보인다.

결국 '1박 2일'은 각 요소에서 일하는, 이름도 알 수 없는 개인들이 밤새워가며 디테일 혹은 재미를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란 걸 말하고 싶다. 이 팀플레이는 개인들이 아주 중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사람이 재밌게 해준 거니까. 그게 내가 제일 하고 싶은 말이다.

Q. 서울대 특집에서 김주혁이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지만, 놓을 수 없게 하는 한 가지가 있으면 그게 천직이다'란 말을 한 적이 있다. 예능 PD란 직업을 놓을 수 없는 한가지를 꼽는다면?

만드는 순간의 기쁨을 느낄 때다. 멋진 그림과 웃긴 상황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형태로 효과나 음악을 입혀 만들어내고, 그게 방송되고. 그것 때문에 이 일을 못 놓는 것 같다. 거기에는 현장에서 웃겼던 우리들의 순간이 담겨있다.

녹화 중에는 대부분 피곤하다. 비를 맞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스태프들부터 PD와 출연자, 밥차 아주머니까지 웃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건 우리가 회의실에서 '이렇게 하면 웃길까 저렇게 하면 웃길까' 고민한 과정의 산물이다. 또 출연자 간의 유대감 때문일 수도 있다. 그게 한 점으로 모이면서 그런 순간이 탄생한다. 방송의 흥미로운 부분이다.

보통 일들은 대부분 흘러간다. 하지만 버라이어티는 며칠간 고민했던 것들을 모아 집중해서 빵 터뜨리고, 일이 벌어진다. 그게 재밌다. 그걸 손실 없이 방송으로 내보내는 게 중요하다. 그걸 만드는 즐거움이 좋다.

[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 KBS2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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