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F 칼럼] 추성훈 "하루 7kg 어떻게 빼냐고요? 우리는 당연히"

이교덕 기자 2015. 11. 2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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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잠이 오지 않는다. 계체 하루 전, 몸과 마음은 타 들어간다. 어쩌면 옥타곤에서 싸우는 것보다 더 힘들지 모른다.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다. 누가 도와주지도 못한다. 프로 파이터라면 혼자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다.

"경기 하루 전까지 체중을 맞추기 위해 살을 빼야 하고 다음 날 상대와 싸운다. 프로 파이터는 이 두 가지 일을 해내야 하는 직업이다." 격투기계에 떠도는 이 말은 계체 전까지 감량하는 것이 경기를 치르는 것만큼 힘들다는 의미를 안고 있다.

오는 28일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UFC FIGHT NIGHT SEOUL)'에 나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은 27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되는 계체를 앞두고 막판 버티기에 들어갔다. 각자 체급의 한계 체중까지 감량하고 계체를 통과하면 출전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게 된다.

과연 감량은 어느 정도로 고통스러울까? 우리나라 파이터들에게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사실 말로 표현이 안 된다"라고 입을 모았다.

알베르토 미나와 만나는 추성훈은 "원래 10kg 정도 빼야 하는데, 3kg는 지방으로 뺀다. 나머지 7kg은 계체 전날에 한번에 뺀다. 거의 10시간 안에 줄인다. 이런 얘기를 하면 일반 팬들은 깜짝 놀란다. '어떻게 10시간에 7kg을 빼냐고….' 우리들(파이터들)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마이크 데 라 토레와 경기하는 남의철은 "감량할 때마다 내가 울고 있다는 걸 느낀다.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정신과 육체가 모두 말라 가는 느낌이랄까. 영혼까지도. 이틀 정도 굶어 봐라.(웃음) 그런 느낌을 가지고 한 달을 산다고 보시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도미닉 워터스와 한미 해병대 매치를 펼치는 '스턴건' 김동현은 "지금보다 어렸을 때 감량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운동선수의 자부심? 선수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니까 오히려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 더 먹으니까 점점 버거워진다. 죄송하지만, 안 느껴 보면 그 고통을 모른다. 먹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고 했다.

3년 6개월 만에 옥타곤에 돌아온 양동이 역시 "그 과정을 말로 표현하기는 정말 힘든 것 같다. 글쎄다. 말로는 설명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이 날고생을 하는 것일까?

태권도, 유도, 레슬링, 복싱처럼 종합격투기 역시 체급 종목이다. UFC에선 남자 8체급(플라이·밴텀·페더·라이트·웰터·미들·라이트헤비·헤비)로, 여자 2체급(스트로·밴텀)으로 나누고 있다. 선수들은 자신의 몸무게에 맞는 체급을 선택해 활동하면 된다.

각 체급은 '이 이상은 넘어서는 안 된다'는 상한선이 있다. 이것을 '한계 체중'이라고 한다. 헤비급은 265파운드를, 웰터급은 170파운드를, 밴텀급은 135파운드를 넘기면 안 된다. UFC의 경우에는 체중계 오차를 감안해 1파운드를 더 허용한다. 즉 헤비급은 266파운드까지, 웰터급은 171파운드까지, 밴텀급은 135파운드까지다. 하지만 타이틀전의 경우는 이 1파운드를 추가 허용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체중이 한계 체중을 초과하지 않는지 측정하는 일을 '계체'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일단 계체만 통과한다면, 그 이후에는 몸무게가 얼마가 나가든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즉 170파운드의 웰터급 파이터가 계체를 마친 후, 음식물을 많이 섭취해 미들급 체중인 185파운드까지 늘렸다고 하더라도 반칙이 아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감량을 한다. 종합격투기에선 대략 경기 하루 전 계체가 진행된다. 즉 24시간이라는 회복 시간이 주어진다. 계체만 통과하고 체중을 다시 불리면 상대보다 무겁고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감량을 하지 않고 평소 체중으로 계체를 마친 파이터 A는 다음 날 그 체중 그대로 싸우게 되지만, 감량을 하고 다시 불린 파이터 B는 A보다 훨씬 큰 체격과 무게를 가지고 싸운다.

핸디캡을 안기 싫은 파이터들은 그래서 다들 고통을 무릅쓰고 살과의 전쟁을 펼친다. 감량 역시 이기기 위한 하나의 선택인 것이다.

UFC는 최근 우리가 흔히 링거라고 부르는 정맥주사를 계체 후 투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정맥주사가 불법 약물을 쓰고도 약물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맥주사 금지는 파이터들에겐 중대한 변화다. 정맥주사를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체중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 그래서 감량 방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단기간에 큰 폭으로 감량하면,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 장기간 조금씩 감량하는 방법을 택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김동현은 "미리 준비해서 빼야 한다. 식이요법이 필요하다. 마지막에 몰아서 수분을 빼는 건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양동이, 방태현 등도 "단기간 감량은 이제 맞지 않는 것 같다. 길게 보고 가는 것이 방법"이라고 밝혔다.

메인이벤트에 출전하는 벤 헨더슨도 원래는 라이트급에서 활동하다가 올해부터 웰터급 경기에 나서고 있다. 호르헤 마스비달과 싸우는 이번 경기가 두 번째 웰터급 매치다. 헨더슨은 이전부터 감량고 때문에 웰터급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정맥주사가 금지됐다. 헨더슨의 매니저 말키 카와는 "분명히 큰 변화다. 헨더슨뿐 아니라 다른 파이터들도 상위 체급 전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 고통, 그러나 그 열매가 무척 달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선수들은 견딜 수 있다.

추성훈은 "한국 선수들 다 이길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아니, 노력할 것이다. 나도 그럴 것이다. 후배들 모두 이기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한국 선수들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다. 나가기만 하면 보너스를 타오니까. 당연히 모두 승리할 것이다. 오히려 누가 보너스를 탈지 경쟁했으면 좋겠다"며 "전승하고 다같이 회식을 하자"고 제안하며 웃었다.

남의철은 "지난 마닐라 대회에서 나, 방태현, 임현규 모두 패해 가슴이 아팠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선 모두들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경기를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태현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우리나라 선후배 선수들이 많이 출전한다. 다들 좋은 결과를 내길 바란다. 축제 분위기처럼 모두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승리를 기원했다.

이제 마지막이다. 27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되는 계체만 통과하면 고지가 눈앞이다. 역사적인 우리나라 첫 UFC 대회인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의 계체는 스포티비뉴스 홈페이지(www.spotvnews.co.kr)와 포털사이트에서 생중계된다.

계체 관람은 무료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직접 선수들의 첫 눈싸움을 지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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