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서 차관급 당국회담..대화채널 확보 '방점'

김지훈 입력 2015. 11. 27.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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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남북 모두 당국회담의 가시적인 성과 보다는 8·25 합의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한 대화채널 확보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다.

당국회담의 격(格)에 있어 장관급 회담을 고집해오던 남측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차관급 회담을 제의하며 당국회담 개최 의지를 피력했다. 북측은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에 관한 얘기를 입밖에도 꺼내지 않는 것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한 대표단이 당국회담에서 남북문제를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붙는다. 또한 8·25 합의에서 명시한 '평양' 또는 '서울'이 아닌 개성 개최를 제의한 북측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가지고 회담에 임할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장관급 → 차관급 제의, 왜?

우리 정부는 지난 2013년 6월 북측과 당국회담 개최를 논의할 당시 남북문제를 책임질 수 있는 급의 당국자가 수석대표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남측 통일부장관과 북측 통일전선부장이 회담에 나설 것을 제의했다.

이에 이번 당국회담 실무접촉에서도 홍용표 통일부장관과 김양건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카드를 북측에 제의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정부 당국 역시 이러한 전망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예상과 달리 이번 실무접촉에서 북측에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형식을 제의했다. 그동안 남측의 '통일부장관-통일전선부장' 형식에 난색을 표했던 북한은 이번 차관급 회담 제의에 '부상급'을 단장으로 내보내겠다며 '격'을 맞췄다.

이와 관련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 고위당국자접촉의 후속회담 성격인 만큼 차관급으로 하자고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 2013년의 결렬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고, 8·25 합의 이후의 관계 개선과 교류 확대 흐름을 이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또다시 당국회담이 무산됐을 경우 현 정권의 대북 정책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번 당국회담에 차관급이 수석대표로 나서면서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 보다는 실무적인 차원에서 현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입장을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차관급 대표로 누가 나설지는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한 실무협의 과정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 '5·24해체' 함구한 北 속내는

이번 당국회담에서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측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5·24 조치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남북 양측은 당국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다만 정부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관광객의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는한 관광 재개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여기에다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연계해서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혀온 터라 향후 회담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을 전망이다.

북측이 이번 실무접촉에서 5·24 조치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 이후 상호 신뢰가 좀 더 쌓였을 때 순차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게 효과적일 거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이번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의제에 관한 연장선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이후에 북한과의 교류와 지원을 중단하도록 한 5·24조치의 부분적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대북 전문가는 "남북이 한발씩 물러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상시적인 대화 창구를 유지하면서 실무 접촉을 확대하며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 서울도, 평양도 아닌 개성

남북은 지난 8·25 합의에서 '서울' 또는 '평양'에서 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명시했다. 그럼에도 개성에서 당국회담을 하게 된 것은 북측의 제의를 우리 정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대변인은 왕래의 번거로움을 피하자는 차원에서 북측이 제안해 받아들인 거라고 설명했다. 북측은 개성공단 외에도 금강산과 판문점도 당국회담 장소로 제안했다.

정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한 끝에 개성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양'이 가지는 상징성과 비교해볼 때 '개성' 개최는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장소와 관련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대화의 진행상황에 따라서 서울과 평양, 또는 다른 도시에서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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