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꺼렸던 長男 등 5남매, 아버지의 마지막 길 배웅

김아진 기자 입력 2015. 11. 27. 03:07 수정 2015. 11. 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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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1927~2015] 국회의사당 앞 영결식 - 4년 만에 모두 모인 가족 장남 은철씨 한때 美서 사업, 건강 안좋은 편.. 국내 거주 세자매 중 차녀는 美서 살아 - 눈발 속 영결식 애창곡 '청산에 살리라' 추모 노래로 울려퍼져 영결식 끝나자 까치 날아

26일 국회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는 장녀 혜영(63), 차녀 혜경(61), 장남 은철(59), 차남 현철(56), 삼녀 혜숙(54)씨가 손명순(86)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이들이 외부 노출 행사에 함께 모습을 보인 건 2011년 김 전 대통령과 손 여사의 결혼 60주년 기념 회혼식 이후 4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은철씨는 그동안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다. 김 전 대통령은 1982년 은철씨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기도 했다. 당시 상도동에 가택 연금돼 있던 김 전 대통령에게 신군부가 "결혼식에는 가도 된다"고 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그렇다면 앞으로도 국민이 내가 자유로운 몸이라고 잘못 알게 될 것 아니냐"며 거부했다. 이후 은철씨는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국내 거주 중이다. 외모와 활달한 성품이 아버지를 빼닮은 현철씨에 비해 은철씨는 성격이 차분한 편이라고 한다. 은철씨는 이번에 서울대병원 빈소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몸이 아픈 은철씨가 주변에 누가 될까 봐 상가에 가지 않았을 뿐 임종부터 지켰다"고 했다. 세 자매는 공통적으로 탄압을 피해 장기간 미국 생활을 해 와 노출이 적었다. 차녀 혜경씨는 현재도 미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딸들에게 특히 자상해 퇴임 이후에도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데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고 한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국회의사당에서 눈물 속에 엄수됐다. 9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등원이었다. 하늘에선 내내 눈이 내렸다.

김 전 대통령의 검은색 운구차는 이날 오후 2시쯤 국회 본청을 한 바퀴 돌고 광장 앞 잔디밭에 섰다. 군 의장대는 '받들어 총' 의식으로 김 전 대통령을 맞았다. 이날 서울은 체감온도 영하 5도 안팎의 추운 날씨였다. 경찰은 "7000여명이 영결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날 영결식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 장의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 조사,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추도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김 전 의장은 추도사를 읽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어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의 4대 종교의식이 거행됐다.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오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했다고 알려진 '청산에 살리라'가 추모 노래로 울려 퍼졌다. 손 여사는 1시간 20여분간 이어진 영결식 내내 한마디 말이 없었다. 삼베로 만든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단 현철씨는 중간 중간 고개를 떨군 채 오열했다.

영결식에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개혁을 훌륭하게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큰 별이셨다"고 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김덕룡 전 의원 등 YS를 따랐던 '상도동계' 인사들과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 김옥두·이훈평 전 의원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도 참석했다. 영결식 마지막에는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조총(弔銃) 21발이 발사됐다. 이렇게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나자 눈발은 잦아들었다. 하늘 위로는 까치 떼 수십 마리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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