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기막힌 쇼팽 연주, 그 아이가 바로 조성진 .. 자기 원하는 게 뚜렷했죠

류태형.권혁재 2015. 11. 2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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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음악도 결국 국력이 아닐까요성진이 같은 연주자 많이 나올 것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 최근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이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토크콘서트에서 1세대 피아니스트로서 예술과 인생 얘기를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서초동 모차르트 홀이었죠.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연주하는 쇼팽 스케르초 2번 B플랫 단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잘 치는 아이가 있을까. 그게 (조)성진이었어요. 따로 연주를 시켜보고 이야기를 나눠 보니 어리지만 음악에 대한 소명이 있더군요. 선생님 흉내만 내지 않았죠. 자기가 원하는 게 뚜렷하고 확실했어요.”

 신수정(73) 전 서울대 음대 학장은 9년 전 조성진과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조성진을 늘 옆에서 지켜봐 왔던 그는 ‘제자’가 2009년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뛸 듯이 기뻤다고 했다. 조성진이 2011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2014 루빈슈타인 콩쿠르에서 각각 3위에 올랐을 때에도 그는 담담하게 자리를 지켰다.

 “콩쿠르가 그래요. 저도 심사를 많이 했지만 원하는 사람이 우승 못 할 때가 많았죠. 어떤 결과든 수용해야 합니다. 쇼팽 콩쿠르 우승을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그런 말로 조성진을 위로했다고 한다. 그런 충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스스로 스타 피아니스트 출신이어서다. 수많은 콩쿠르를 겪으며 성적을 낸 후 일찌감치 유학을 다녀와 1969년 26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다. 외국에서 유명한 교향악단이 한국을 찾으면 단골 협연자였다. 제자 못지 않은 클래식 스타였다.

 청주 출생인 그는 부모님이 교육자였지만 집에 피아노가 없어 학교에서만 연습해야 했다. 군수물자로 보급된 업라이트 피아노였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50년 초등학교 4학년 때 청주로 피란 온 선생님이 재능을 알아보고 좋은 선생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이듬해 대구로 가 당시 이화여대 교수였던 이애내 선생에게 배우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52년 콩쿠르에서 처음 우승한 데 이어 피난지인 부산에서 열린 제1회 이화경향 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다. 콩쿠르 신문기사를 보고 아버지가 신청해, 모래가 밟히는 부산 이화예고 바닷가 천막 교사에서 치른 콩쿠르였다. 서울예고(4회)를 거쳐 서울대에 진학한 그는 대학 3학년 때 제1회 동아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당시 지정곡이 쇼팽 협주곡 1번.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본선에서 연주했던 곡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유학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라고 말했다. 유학을 가서 ‘우어텍스트(urtext·작곡가의 자필 악보)에 대해서 알게 되고 넓은 세상을 경험했다. 유학에서 돌아와 외국 오케스트라와 연주자의 내한공연에서 협연과 반주를 도맡아 하게 됐다. 존 프리처드가 지휘한 런던 필, 볼프강 자발리시가 지휘한 NHK심포니, 한스 폰 벤다가 지휘한 베를린 체임버 등이 그가 함께 연주한 오케스트라 목록이다.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 니콜라이 게다, 바이올리니스트 루지에로 리치 등의 피아노 반주도 했다.

 “음악 교육은 시간이 중요합니다. 재능 있는 젊은 제자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경험도 빼놓을 수 없죠. 많은 정성을 기울였는데도 꽃이 피지 않을 수도 있죠. 가르침은 결국 인간관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신 전 학장은 조성진을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을 그렇게 설명했다. 이어 한국 음악계의 수직 성장의 배경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들었다. 규제가 적고, 나이와 상관없이 어린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음악도 최후엔 국력이 아닐까 해요. 이젠 집집마다 피아노가 있으니 재능을 발견할 기회가 많죠. 또 세계가 좁아졌어요. SNS·DVD를 통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으니 앞으로 실력 있는 연주가들이 더 많이 나올 겁니다.”

 신 전 학장은 28일 토요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토크콘서트를 연다. 모차르트 뒤포르 변주곡,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과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K376, 피아니스트 이경숙과 연주하는 슈베르트 판타지 등을 선보인다. “꽤 많은 분들이 나온다”고 하자 “내가 언니뻘이니 내 부탁 거절 못하죠”라며 활짝 웃었다.

글=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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