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행복은 연결감을 느낄 때 찾아옵니다

2015. 11. 2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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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 민 스님

행복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느낄 수 있어야 진짜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지금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지금 그리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그렇게 행복한 것도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럼 언제쯤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라고 다시 물으면 본인들 각자가 목표한 것들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나면 행복할 것이라고 답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의 경우에는 아이의 입시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행복할 것 같다 하고, 직장을 다니는 경우에는 올해 자신의 승진 발표가 나오면 안심하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다. 회사를 운영하거나 장사를 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매출이 목표한 만큼 나오면 행복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성장 중심으로만 행복의 기준을 삼으면 곧 문제가 생긴다. 원했던 목표가 이루어지고 나면 엄청 행복할 줄 알았는데 기쁜 마음은 아주 잠시이고, 바로 또다시 그것보다 더 높은 목표로 자동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통장에 돈이 500만원만 있으면 참 행복할 텐데…’ 하며 지금 그 돈이 없어서 불행하다고 여기는 영숙씨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영숙씨는 행복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근검절약했고 드디어 통장에 500만원이 모였다. 그 순간 영숙씨는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며 뿌듯하고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500만원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느낌,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1000만원을 향해 열심히 달리자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문제는 열심히 노력해서 막상 통장에 1000만원이 생겨도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만족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000만원이 생기면 2000만원이 눈에 들어오고, 2000만원이 생기면 이번엔 5000만원, 1억원쯤은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것은 마치 사막에서 신기루 속 오아시스의 영상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저기 멀리 보이는 곳에만 도착하면 마실 물과 휴식할 나무가 있을 줄 알고 죽어라 달려왔는데 막상 도착해 보면 오아시스는 없다. 다시 앞을 보니 조금만 더 가면 오아시스가 이번엔 정말로 있어 보인다. 그래서 멈추지 못하고 계속 더 헐떡이며 달려간다. 이처럼 목표가 이루어지고 나면 진정한 행복이 올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평생을 만족할 줄 모르고 정신 없이 뛰게 만들 뿐 한순간도 마음 편할 날이 없게 만든다. 잠시라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고 몸이야 병이 들든 말든 무조건 끊임없이 생산을 해내라고 종용하는 자본주의 마인드를 종교처럼 맹신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 지향적인 행복관을 가지고 있는 한 ‘지금 현재’의 행복은 내 것이 아니다. 멀리 있는 신기루 속 미래를 위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견디고 있을 뿐이다. 만약 결과가 좋으면 지금의 과정은 의미가 있었다고 여길 것이고, 반대로 결과가 나쁘면 지금까지 노력한 과정은 무의미, 무가치, 실패한 시간이라 느낄 것이다. 과정을 즐길 여유도 없이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렸기에 내 몸에 얼마나 큰 무리가 찾아오는지 살피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홀해지며, 스스로를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밀어 넣는다. 누구나 한번쯤은 오랫동안 원했던 것을 성취하고 잠시의 행복감 뒤에 밀려오는 허탈의 파도를 경험해 봤을 것이다. 완전한 행복을 얻을 거라 생각했던 성공은 생각지도 못한 후폭풍을 몰고 와 가정이 파괴되거나, 몸에 병을 얻거나, 형제간의 우애가 깨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렇다면 목표가 달성되는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나와 내 주변 사람들 간에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가다 보면 그 과정 속에서 느끼게 된다. 우리 인간은 온 우주와 연결된 존재다. 그래서 끊임없이 세상과 순환하면서 연결감을 느낄 때 몸은 건강해지고 마음은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다. 아무리 돈이 많고 명예가 높고 외모가 출중해도 혼자 고립되어 외롭게 생활한다면 결코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다. 반대로 물질적으로는 별로 가진 것 없이 평범해도 주말 저녁마다 나를 불러주는 친구들이 있고, 아프면 찾아오는 지인들이 많으면 마음속에 따뜻한 행복감이 번진다.

 즉 행복은 먼 미래나 거창한 무언가에 있는 게 아니라 지인들을 만나 밥을 먹으면서 손뼉 치고 웃는 그 순간 속에 있다. 김치를 담갔는데 맛보라고 몇 포기 보내 준 친구의 마음 씀씀이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손에 쥔 것들을 남들과 나누어서 순환시킬 줄 알아야 한다. 가진 것이 있으면 먼저 베풀고, 내 마음의 힘든 부분도 감추지 말고 먼저 꺼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목적이 없이 같이 있는 그 자체가 좋은 만남, 서로서로 따뜻한 연결감을 느끼게 하는 관계가 우리의 존재를 풍성하고도 행복하게 한다.

혜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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