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상주 자처·언론 노출..빈소는 정치인들의 '임시 레드카펫'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입구는 지난 5일간 정치인들의 임시 ‘레드카펫’과 같았다. 방송 카메라기자, 사진기자, 취재기자 등 수십명의 취재진이 입구에 진을 쳤다. 이들은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오가는 정치인들 목소리와 행동을 담으려 애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이곳은 ‘나라의 어른’을 잃은 슬픔으로 가득했고, 한국 현대정치사 60년을 아우르는 정치인들로 붐볐다. 일반인들을 위한 분향소가 따로 차려졌음에도 5일간 총 3만7400여명의 조문객이 이곳을 찾았다.
“초선 의원은 명함 내밀기도 힘들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전·현직 대통령, 전·현직 국무총리 등 정계 거물들이 모두 나타났다. 함께하기엔 불편할 것 같은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여야도 한자리에 모였다. 김 전 대통령과는 앙숙인 전두환 전 대통령도 지난 25일 빈소를 찾았다. 지난 60년 한국 정치사를 김 전 대통령 빈소에 압축하고 섞어 놓은 것 같았다. 김 전 대통령의 유지였던 ‘화해와 통합’이 마지막 떠나는 빈소에서만큼은 이뤄진 것이다.
말없이 조문을 마치고 빈소를 떠나는 이들도 많았지만 언론에 노출되기 위해 빈소를 찾은 것처럼 보이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았다. ‘자기 정치’라는 말이 이런 뜻일까.
김 전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큰 인연이 없음에도 여러 날 빈소를 찾아 카메라 앞에서 길게 말하는 현역 의원도 있었다. 기자들 사이에선 “카메라가 그렇게 좋은가” “왜 또 와서 저렇게 길게 얘기하는 걸까” 하는 뒷말이 돌기도 했다.
걸출한 정치인들이 김 전 대통령 상주를 자처하기도 했다. 정치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김 전 대통령이 이렇게 아들과 형제가 많았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로 자임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 등과 가신(家臣)으로 불리는 최형우 전 내무장관, 김덕룡 전 의원,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도 5일 내내 빈소를 지키며 상주처럼 손님을 맞았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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