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여기자 성추행' 무혐의..검찰, 또 '제 식구 감싸기' 했나

입력 2015. 11. 26. 19:56 수정 2015. 11. 26. 22: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성추행 논란 검사 면죄부

대검서 내부경고 그친 데 이어
2년 가까이 끌다 무혐의 처분
“강제 추행했다고 보기 어려워”
여성단체 “사건 잊히길 기다렸나”

검찰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현직 검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고소된 지 1년10개월여 만이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26일 이진한(52)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의 강제추행 피고소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2013년 12월말 기자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여기자를 강제로 성추행한 혐의로 2014년 2월 고소당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2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한 공개적인 송년 만찬 자리에서 있었던 상황으로, 당시 만찬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고소인과 피의자의 관계, 피의자의 구체적인 행위 내용 등을 종합해볼 때, 강제로 추행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검사는 당시 술자리에서 피해 여성이 불쾌하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음에도 허리를 반복해서 감싸는 등의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추행에 대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강제추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주민 변호사는 “여러 목격자가 있고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분명한데도 무혐의 처분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조처”라고 말했다.

이 검사에 대한 검찰의 감싸기는 이번만이 아니다. 검찰은 2014년 1월 이 검사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소위원회를 열어 ‘감찰본부장 경고’라는 약한 처분을 내렸다. 참여연대는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처리 지침 중 성풍속 등 비위 사건은 최하 ‘견책’ 조치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경고는 내부 주의 조처에 불과하며 법무부 징계위 회부도 없었다”는 논평을 냈다. 실제 2010년 법무연수원 손아무개 검사의 경우, 다른 검사에게 ‘뽀뽀해달라’고 말했다는 등의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이번 무혐의 처분이 “지난 25일 열린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 것이고, 시민위원회가 만장일치로 불기소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 고소 이후 1년10개월을 질질 끌다가 시민위원회 결정 하루 만에 신속하게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비판 여론을 우려해 사실상 시민위원회를 방패막이로 삼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고소인의 의견을 직접 듣지 않고, 검찰이 준비한 자료 등을 참고한다는 점에서 시민위원회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정예원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수사기관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더 철저히 조사해야 했다. 검찰은 사건이 잊히기를 기다린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최현준 엄지원 기자 haojun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화보]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박 대통령 부분 참석
“박 대통령님, 마스크 쓰고 집회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카드뉴스] 노무현이 말한 김영삼
[인터뷰]`우리 직원에게 갑질하면 내보내겠습니다' 화제 된 김승호 회장
[화보] 80~90년대 여배우들의 과거와 현재

공식 SNS [페이스북][트위터] | [인기화보][인기만화][핫이슈]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