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로 드러난 산유부국 카타르 '초고속 개발'의 민낯
도시 마비 후유증에 카타르 정부 부실공사 전면 조사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틀간 1년치 강우량을 웃도는 비가 내리긴 했지만 예상보다 심각한 수재가 나면서 카타르의 감춰진 민낯이 드러나고 말았다.
24∼25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엔 연간 평균 강우량(75㎜)을 넘는 80㎜의 비가 내려 도시 전체가 사실상 마비되는 물난리가 났다. 카타르기상청에 따르면 비가 집중된 시간은 9시간 정도였다.
도하 시내 주요 도로는 노를 저을 수 있을 정도로 침수돼 대부분 학교가 휴업했다. 도하 주재 미국 대사관도 업무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카타르뿐 아니라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 기후인 걸프 지역은 큰 도시 주요 도로조차 배수 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아 비가 조금만 내려도 도로가 침수되곤 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완공된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까지 물이 들어차면서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는 비판 여론이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고조됐다.
카타르 현지 언론들도 비가 오기 시작한 24일엔 "오랜만에 비가 와 시민들이 즐거워했다"고 반색했으나 수해가 예상보다 커지자 수해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를 전했다.
카타르의 평소 강우량을 고려하면 이번 비가 많긴 했지만 이번 수해는 화려한 '초고속 개발'의 이면에 숨겨졌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202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카타르는 국제경기용 스타디움 12곳을 비롯해 2천억 달러(약 220조원) 규모의 대형 인프라 건설사업을 서둘러 진행 중이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25일 오후 셰이크 압둘라 빈나세르 알타니 카타르 총리는 긴급히 "이렇게 수해가 난 이유를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 기관와 민간 회사를 가리지 않고 (부실공사에) 책임있는 자는 기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도하뉴스는 최소 5개 회사가 수사 선상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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