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길 위의 전차', 국내에선 왜 못 달리나

2015. 11. 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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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트램 타보니
거리에 전기선 설치하지 않고 전지 이용해 달리는 경전철
3년 전 한국에서 첫 개발됐으나 정작 국내에선 도입 안돼
철도기술연구원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서둘러 도입해야”

“국내에서 개발한 트램을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도입했습니다. 정부에서 법·제도를 개선해 국내에서도 트램이 실용화하면 좋겠습니다. 제도만 개선된다면 많은 도시들이 트램을 도입할 것입니다.”

26일 충북 청주시 철도기술연구원 오송시험장에서 만난 김기환 철도기술연구원장은 2012년 개발이 끝난 무가선(전지) 트램이 국내 도시에서 운행하지 못하는 현실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철기연과 현대로템이 개발한 국산 트램은 지난해와 올해 터키의 이즈미르와 안탈리아에 56편성 1200억원어치가 계약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 도시에서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무가선 트램이란 거리에 전기선을 설치하지 않고 전지를 이용해서 달리는 트램을 말한다. 국내에서 개발된 전지 트램은 5량 1편성으로 한번 충전하면 35㎞까지 갈 수 있다. 이것은 1량1편성으로 한번에 30㎞를 가는 일본의 전지 트램이나 5량 1편성으로 한번에 1㎞를 가는 프랑스의 전지 트램보다 훨씬 우수한 것이다. 한국의 전지 트램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이유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전지 기술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날 시험장에서 타본 전지 트램은 5량 1편성으로 길이 32m, 높이 3.4m, 너비 2.45m였고, 최고 시속은 70㎞, 승차 정원은 204명이었다. 승차감이나 소음은 지하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은 듯했고, 큰 유리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시원했다. 다만, 트램은 일종의 경전철이어서 서울의 지하철(중전철)보다는 차량의 내부가 짧고 좁았다. 곽재호 철기연 무가선트램연구단 팀장은 “상용화할 때는 높이를 3.2m 정도로 낮추고 너비는 2.65m로 늘려 250명까지 태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지 트램은 무엇보다 전기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과거의 트램은 도심에 기둥과 전기선을 설치해야 해서 비용이 들고 번거롭고 위험했다. 그러나 전지 트램은 기둥과 전기선이 없이 선로만 깔면 되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훨씬 편리하다. 특히 철기연의 트램은 전지와 전기선 등 두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시험 차량이어서인지 전체적으로 무뚝뚝한 디자인인데다 높이는 크고 너비는 작아서 안정감이나 공간감이 부족했다. 5량 가운데 내부에 모래살포기가 설치된 차량의 좌석은 맞은편과 너무 가까워 다리를 뻗으면 닿을 정도였다. 곽 팀장은 “현재는 시험용 트램이고, 실제 도입할 때는 해당 도시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디자인이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램은 지상으로 다니는 일종의 경전철이다. 운행 속도는 지하철이나 고가전철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버스처럼 지상으로 다니기 때문에 타고 내리기가 편리해서 교통 약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정해진 선로를 달리기 때문에 사고율도 승용차나 버스보다 훨씬 낮고, 건설비와 운영비는 지하철의 10~20%, 고가전철의 30~50%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또 지역을 단절시키지 않고 도시 경관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트램은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에 널리 이용됐으나, 2차 대전 이후 자동차의 보급으로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친인간, 친환경적인 장점들이 주목 받으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급속히 도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원과 서울(위례), 성남(판교), 대전 등지에서 수년 전부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트램은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이 되도록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의 60%를 대는 중앙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려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이 예타 기준이 지하철이나 고가전철에 맞춰져 있어 트램에 매우 불리하다. 예를 들어 트램은 큰 종합사령실이 필요 없는데, 예타 기준은 지하철처럼 수백억원이 드는 것으로 평가한다. 또 트램이 지상의 1개 차로를 전용하는 것을 현재의 예타 기준은 마이너스 편익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것은 트램이 지상의 차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고가전철보다 차량 수요 대체율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환 철기연 원장은 “트램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교통 수단이고 상업적으로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도 트램 도입을 서둘러 국민들에게 질 높은 대중 교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청주/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철도기술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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