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경남FC의 문제? 사람이 없다

조회수 2015. 11. 26. 18: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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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내 직장이다."

이런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직원을 많이 보유한 회사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회사가 혹은 대표가 사원들의 마음을 얻는 게 가장 좋은 투자다. 유명한 경제학자들은 '회사에서는 맨파워가 가장 중요하고, 직원을 잃는 게 가장 큰 손실'이라고 말한다.

직원의 마음은 아니더라도, 경력은 잡아둘 수 있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남FC가 수많은 논란에 휩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단 운영방향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람이 빠져있다. 시민구단 최초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상위스플릿에 오르며 '시민구단의 자존심' 노릇을 했던 경남은 2015년 11월 현재 안타까움의 대상이 됐다.

2013년 이전에 경남에서 근무했던 이들은 거의 모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전 직원 A씨는 "경남에는 확실한 기준이 있었다"라고 했다. "돈을 주고 선수를 영입하지 않고, 키워서 이적시키는 정책을 썼다. 외국인 선수도 영입해서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했다. 임대 선수는 쓰지 않았다. 철학이 분명했다. 내가 있을 때만해도 이적료 수입이 한 해에 20억 정도는 됐던 것 같다"라며 "지금은 감독과 대표이사가 수없이 바뀌고 있다. 철학을 바랄 수 없다"라고 했다.

최근 3년간 대표이사와 감독의 들고남을 보면, 경남의 어려움이 보인다. 안종복 전 사장 재임시절부터 총 6명(대행 포함)이 경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 기간 동안 3명의 대표이사가 재직했다. 프런트와 구단 모두 연속성을 가져가기 힘든 환경이었다. 이뿐 아니다. 축구와 관련 없는 일을 했기에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는 이들이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박지근 대표이사는 토건업을 주업으로 했고, 홍준표 경남도지사 선거캠프에 있었던 인물이다.

구단이 선수단 우두머리인 감독을 대하는 방식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이게 극단적으로 불거진 것이 얼마 전 경질된 박성화 전 감독이었다. 구단은 시즌 도중 가장 골을 많이 넣은 선수를 추가수당지급이 어렵다며 "현명한 선수기용"을 부탁했다. 경질한 후에도 잔여연봉에 대한 합의를 무시하고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박 감독은 한국 올림픽 축구국가대표팀과 미얀마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이다.

박 감독은 소송을 준비 중이다. 잔여 연봉 때문이 아니다. 그는 "나는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하라는 것도 내가 스스로 거절했다. 그런데 계약이 끝난 이후에 구단이 집을 일주일 안에 비우라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 내 다음에 올 축구인을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시즌 중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고국으로 돌아간 스토야노비치는 경남을 기억하면 '부당한 팀'으로 기억할 것이다.

구단직원들에 대한 대우는 더하다.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014년 경남이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후 전직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지시했다. 일반적으로 강등되면 구단 살림이 빠듯해지기 때문에 프런트와 선수 규모를 줄이기도 한다. 하지만 경남은 조금 달랐다. 자진해서 그만 둔 이를 제외하면 정규직은 거의 모두 구단에 복귀했다. 계약직 직원 5명 중 4명은 회사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이중 2명은 고용노동부에 부당해고 당했다는 신고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까지 경남에서 일했던 B씨는 눈물을 보였다. "축구가 너무 좋아서 경남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런데 계속해서 수뇌부가 바뀌면서 조금씩 그 기대감이 없어졌다. 결국 팀이 강등을 당해 도에서 구조조정을 지시했을 때는 모든 게 사라졌다. 요즘에도 구단이 하는 행동을 보면 '이 일은 누구든 할 수 있겠지'라며 사람을 너무 마음대로 선발하고 내보내는 것 같다. 내가 왜 이 일을 선택했을까라는 후회가 든다."

지난해 26명이었던 직원 규모는 이제 11명으로 줄었다. 경남도에서 프런트 구조조정을 명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구단의 실질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직원은 6명에 불과하다. 2명의 팀장과 4명의 사원이 실무진인 셈이다. 한 직원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업무 연속성은 기대도 하기 어렵다. 11명 중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직원은 6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내년이면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K리그의 한 관계자는 "사람을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 근속하는 직원이 늘어나야 구단의 힘도 졸아지는데, 너무 축구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구단은 한 두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다. 영원히 가질 수도 없다. 현재 도 관계자와 구단 수뇌부가 얼마나 오래 팀에 머물지 알 수 없으나, 이런 식이라면 경남이 쌓아왔던 명예를 모두 무너뜨릴 수도 있다. 명예와 전통을 이어야 하는 역할은 쉽지도, 가볍지도 않다. 책임감이 막중하다. 그리고 사람은 그 모든 것 위에 있다. 사람이 없는 개혁안과 구조조정안은 의미가 없다. 축구도, 구단 일도 결국 사람이 한다. 그리고 팬이 있어야 구단이 존재한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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