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소품 섭외기 - 이렇게 많은 추억..어떻게 담았을까

허남설 기자 입력 2015. 11. 26. 17:16 수정 2015. 11. 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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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88>이 다시 복고와 향수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 시절을 기억 못하는 10~20대도 골목의 정이 있는 1988년에 빠져드는 중이다. 따뜻한 기운은 그때 그 사람들뿐만 아니라, 당시 600원이었다는 담배 한 갑에도 배어 있다. 드라마 곳곳에서 그리움을 ‘저격’하는 소품에 얽힌 이야기를 신원호·문태주 PD의 말을 종합해 정리했다.

승차권 내고 타던 ‘옛날 버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방송 장면 캡처.

■드라마 인기는 높지만 미술팀은 ‘불쌍합니다’

“우리 미술팀, 불쌍해 죽겠습니다.” 지난 5일 신원호 PD는 기자간담회에서 1988년 고증과 복원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작인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보다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서 제작진의 기억도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기억이 서로 다르고, 자기 기억이 맞다고 우긴단다. 시청자들도 당시 곤로를 썼느니 안 썼느니 갑론을박 중이다. 출연자인 배우 성동일이 직접 의문을 제기한 적도 있다고 한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포스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방송 장면 캡처.

가격도 문제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 이래 복고 콘텐츠가 계속 나오면서 옛 물건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격이 점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신 PD는 “만화책 한 권에도 2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드라마 제작비도 올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가전제품의 경우엔 조작법을 몰라 난항을 겪는 경우도 있다.

아날로그 감성 ‘워크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방송 장면 캡처.

■경매사이트를 뒤져라… 못 찾으면 만드시든지

‘1988년’을 되살리기 위해 제작진이 주로 이용하는 건 골동품 가게와 각종 경매사이트다. 극중 최택(박보검)의 방에 있는 비디오 일체형 TV나 곤로, 워크맨 등 당시 사용된 가전제품을 구하는 주요 경로가 된다. 참고로 TV는 작동되는 것이 없고, 곤로는 아직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극중 올림픽 중계장면 등 TV 화면은 컴퓨터그래픽(CG) 작업으로 입힌 것이다.

속 보이는 50원짜리 ‘새우깡’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방송 장면 캡처.

미술·소품팀을 고된 노동에 빠뜨리는 건 바로 물건을 구할 수 없을 때다. 대본을 바꿀 수는 없으니 방법은 당시 사진 등을 참고해 만드는 것뿐이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투명한 봉지에 담긴 ‘새우깡’이나 아이스크림 ‘이따리아노’가 그런 경우다. 영화 및 광고 포스터들도 대부분 직접 제작하는 것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제조업체가 제작진을 ‘구원’한다. 현재 생산되는 것과 조금 다른 바나나우유 용기는 빙그레가 1988년 당시 용기를 제공해 제작진은 여기에 우유만 채워넣었다.

■‘브라질떡볶이’ 복원? 그냥 떡볶이집인데요

1988년 당시 정의여고 근처 ‘명소’였다는 ‘브라질떡볶이’를 기억하는 시청자가 있다면, 아마 ‘어? 저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하고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에 나오는 브라질떡볶이는 원형을 복원한 세트가 아니라 그냥 옛 분위기가 풍기는 분식집을 고른 것이기 때문이다. 소품 중엔 이처럼 의외의 방법으로 해결한 경우도 있다.

바나나맛우유(왼쪽)와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방송 장면 캡처.

극중 부잣집인 정환(류준열)네 차인 ‘포니2’는 소유자를 찾을 필요 없이 특수차량 업체를 통해 빌린 것이다. 버스도 마찬가지다. 해당업체에서 옛날 차량을 모으기 때문에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드라마 제작진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88서울올림픽의 상징인 호돌이 인형은 뜻밖에도 미국에서 건너왔다. 해외에선 특별하게 기념할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88서울올림픽 관련 소품을 구하기가 쉽다고 한다. 지금은 드라마 인기 때문인지 중고 거래사이트에 호돌이 인형을 사고판다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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