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영결식]운구행렬, 연도의 시민들 "고인의 마지막 배웅하고 싶었다"
【서울=뉴시스】배현진 기자 =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엄수된 26일, 영면에 들기 앞서 고인의 마지막 나들이가 시작됐다.
오후 1시30분 서울대병원을 떠난 김 전 대통령의 운구 차량은 광화문~마포대교~국회의사당~상도동 자택을 지나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고인은 마지막 숨을 거둔 서울대병원을 지나 청와대가 있는 광화문광장, 9선으로 의정활동을 했던 국회, 1969년부터 살아온 상도동 자택을 거슬러 올라갔다.
경찰 싸이카와, 경호차량, 선도차를 행렬 선두로 고인의 영정과 영구차가 뒤를 따랐다. 상주 및 유족대표, 친족들이 탄 차량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이 광화문광장에 들어서자 시민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몇몇은 운구차량이 지나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가 하면 또 다른 몇몇은 애먼 땅바닥만 보면서 상념에 잠겼다.
체감온도 영하 6도에 눈마저 흩날린 탓에 이곳에는 시민 200여명 남짓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연도에 나온 시민들 가운데는 일찌감치 광화문광장에 도착해 고인을 기다리고 있는 이도 있었다.
오후 12시부터 이곳에 나왔다는 김춘선 (64·여)씨는 "역사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나왔다"며 김 전 대통령을 "퇴직 후에도 국민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대통령"으로 추억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잘 배웅해드리고 싶었다"는 박순례(82·여)씨는 말없이 운구 행렬을 바라봤다. 박씨는 김 전 대통령을 "첫 민주 대통령으로 기억한다"며 "갑작스레 서거하신게 마음이 아파 서울대병원에도 조문을 다녀왔다"고 안타까워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운구 차량이 떠났지만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는 시민도 있었다.
박모(82)씨는 "막상 운구 행렬을 보니 더 아쉽다"며 "김 전 대통령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뜰 줄 몰랐다. 대한민국의 큰 별이 졌다"며 광화문광장을 계속 서성였다.
공덕오거리에서도 시민 30여명이 미리 나와 고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스크와 두꺼운 패딩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던 이호일(75)씨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을 줄 알았는데 실망이 크다"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씨는 "이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번에 보니 김 전 대통령이 역사에 공이 되는 일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며 "의미있는 일을 많이 하셨던 분이라 배웅 나왔다"고 말했다.
13개월 외손자의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정신자(74·여)씨는 "손주는 비록 기억 못할테지만, 민주화에 온몸으로 앞장서신 분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 찬찬히 말했다.
운구행렬이 지나가고서야 뒤늦게 도착한 이들도 있었다. 경찰에게 다가가 "(운구)차는요? 지나갔어요?"라고 물은 중년의 한 남성은 멍하니 5분간 길거리를 주시하다 힘없이 돌아섰다.
공덕오거리에서 때마침 눈이 휘날렸다. 임모(68)씨는 "추운 길 더 포근하게 가시라고 눈이 오나 보다"며 하늘을 쳐다봤다.
굴곡진 역사에서 서릿발 같은 결기로 민주주의를 일궈낸 김 전 대통령. 고인은 공과 과를 뒤로 하고 시민들의 애도를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bh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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