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인터뷰] '도리화가' 수지, 국민첫사랑 너머의 그 무엇

한국경제TV MAXIM 이석우 2015. 11. 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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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MAXIM 이석우 기자]
수지를 실제로 보면 영상보다 조금 더 말랐다. 조금 더 어려 보이고, 조금 더 솔직하다. 그리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다정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훨씬 예쁘다! 11월, 영화 '도리화가'를 곱게 내보인 국민 첫사랑이 눈앞에 있었다.

영화 잘 나온 거 같나?
아쉬운 점이 많지만,최선을 다했다. 좋다. 후회 없다.

이제 본업인 아이돌 노래할 때 판소리 발성이 나오는 거 아닌가? 너무 구성지게 부르진 마라.
그러진 않을 거다(웃음). 영화 준비를 위해 판소리를 1년 동안 연습했다. 가요와 연습을 병행할 때는 가요에서는 너무 소리가 세졌다고 하고, 판소리 할 때는 다시 가요로 돌아왔다고 집중하라고 꾸중듣고. 그렇게 헷갈린 적은 있다.

당신을 가르친 명창 말인데, 수지 칭찬이 자자하더라.
판소리는 생전 안 해본 발성이었다. '쌩'소리라고 해야 하나? 내가 해온 발성 체계와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목도 많이 상했다. 딱히 악보도 없고 듣고 외워서 하는 거라 돌아서면 까먹기도 많이 까먹고. 자신감이 많이 없었다. 녹음해서 주야장천 듣기 외에 방법이 없더라. 선생님이 노력을 높이 사준 것 같아 감사하다.

목 상하면 어떡하나?
실제로도 영화에서처럼 살벌하게 연습하진 않는다. 컨디션을 생각하면서 조금씩 휴식하며 연습했다. 덕분에 성량이 조금 더 단단해진 거 같다. 판소리가 도움이 되면 됐지 전혀 문제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좀 더 배워보고 싶다.
촬영 중 창하는 장면을 찍을 때, 그 표현력이나 기술을 잘 못 했는지와 잘했는지의 판단은 누가 하나? 판소리 수련 중인 초반과 명창으로 거듭난 후반의 차이가 극명해야 할 테니.
실제로도 촬영을 시나리오 순서대로 해서 점차 기량이 나아지긴 한다. 초반은 정말 못 들어주겠더라(웃음). 물론 후반에도 애매한 부분은 있다. 그래서 촬영 전까지는 미친 듯이 연습하고, 연기에서는 이 소리가 맞거나 음이 조금 틀리는지에 대해선 최대한 신경 안 쓰려 했다. 정확한 창보다는 채선의 간절함을 담아내고 싶었다. 무대가 아닌 연기니까.

주인공 진채선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더욱더 연습에 매진하는 인물이다. 연습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연습으로 푼다고 해야 하나? 난 전혀 그렇지 않다. 막히면 일단 도망간다. 배수지 본인은 어떤 타입인가?
채선과 비슷한 타입이다. 채선이는 판소리가 막연히 좋을 뿐, 어떻게 연습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저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악에 받쳐서 하는 거다. 나 역시 연습생 시절에는 그랬다. 노하우도 없이 연습만 주야장천 했으니까.

연습생 배수지에게는 신재효(류승룡) 같은 멘토가 있었나?
없었다(웃음). 멘토는 어느 정도 기량을 쌓은 후에 필요한 거 같고, 연습생 시절에는 그저 나 자신을 혹독하게 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전주에 살았기 때문에 주말에만 연습할 수 있었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보다 연습할 시간이 적었던 게 억울하고 속상했다. 그래서 무조건남들보다 일찍 오고 늦게 가려고 했다.

극 초반부에는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부엌데기다. 굳이 그렇게까지 못생기게 나와야 할 필요가 있었나?
처음에는 그런 투박한 분장이 낯설고 적응이 안 됐다. 그래도 카메라 속에는 그 모습이 예쁘게 담기는 거 같아서 딱히 못생겼다고 생각 안 했다. 예쁘지 않나?

...예쁘다. 하긴 수지가 못생겼다는 게 말이 안 되지. 혹시 진채선 배역에 경쟁자는 없었나? 젊고 예쁜 여자 배우라면 탐낼 만한 시나리오니까.
없다고 안다. 감독님이 저한테 "수지 씨가 했으면 좋겠다"고 직접 연락이 왔다.

그럴 만도 하다.수지가 해서 대중성 있는 영화가 됐다. 영화 홍보 방향도 실화나 판소리보다는 '수지'에 포커스가 맞춰졌고.
내 영향력이란 게 있다면,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판소리를 좀 더 친근하게, 여느 노래처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참 좋을 거 같다.
왜 이 역할을 맡았나?
시나리오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처한 환경이나 고난은 비교가 안 되지만, 연습생 때 느꼈던 서운하고 아쉽고 속상한 감정들이 떠오르더라. 판소리를 직접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아이돌 출신에게는 '검증'의 잣대가 유독 높다. 연기력은 늘 검증의 대상이고, 거기에 판소리까지 도전해서 가창력까지 검증받아야 할 테니부담감이 특히 컸을 것 같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고 많은 용기를 얻었다. 여주인공 역을 맡은 제니퍼 로렌스가 댄스 대회에 나가 전문 댄서들 사이에서 춤을 추는데, 그렇게 실력이 뛰어나지 않는데도 감각있게 추는 게 크게 와 닿았다. 영화 속에서 감정이나 마음이 잘 느껴질 수 있다면 꼭 기술적으로 잘하는 게 1순위는 아니구나 싶었다.

사실 대리녹음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위험하거나 역량 이상의 액션에는 스턴트를 쓰듯이.
대리 녹음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무리한 욕심일 수도 있지만, 직접 다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류승룡 씨는 상대역으로 어땠나?
물론 좋았다. 연기할 때도 영화에서의 스승님처럼 여쭤보고 너무 잘 가르쳐 주셨다. 서로 호흡할 때 선배님의 눈빛이 "그래 잘했어." 처럼 칭찬받는 느낌이어서 참 편했다.

칭찬만 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둘 중 판소리는 누가 더 잘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좀 더(웃음).

아주 마음에 드는 답변이다. 영화에서 두 사람의 멜로 코드가 화제다. 극 중 스승과 제자 관계인데, 존경이 사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존경만 가지고는 사랑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신재효는 단지 스승이 아니지 않나?부모님을 잃은 아이에게 스승이자, 아버지이자,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자, 목숨을 걸고 돕는 조력자이자... 그런 여러 가지 면들이 연정으로 커진 것 같다. 스승과 제자이니 잘 물리치지 못하는 상황도 있고.
극 중 진채선은 남성 못지않은 발성을 뽐내고, 그 재능에 더해진 노력으로 여러 가지 고난과 제약을 이겨낸다. 과연 발군의 재능은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 궁금하다.
물론 재능이 있으면 좋을 거다. 다만 좋은 재료라 생각할 뿐이다. 그걸 가공할 수 있는 노력이 좀 더 중요하다. 재료만 있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산다.

극 중 "소리가 운명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당신에게도 그런 게 있나?
소리 내 '운명'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춤과 노래가 정말 하고 싶었다. 부유한 환경도 아니고 부모님의 반대가 워낙 심했다. 그래서 거짓말해가며 배우러 다녔다. 부모님이 얼마나 무서운데, 나름 채선이처럼 목숨을 걸고 한 거다(웃음).

감독님이 그냥 삭제하려고 했던 장면 중 당신이 설득해서 살린 게 있다는데?
내가 남장을 한 채로 "소리를 하고 싶다"고 외치고 스승님이 "안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거절하는 장면이다. 감독님은 너무 설명적이라고 뺐지만, 난그 장면이 채선이의 간절함이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설득했다.그전까지는 소리하는 걸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간절함은 보여주지 못한 거 같아서.

당신의 경험이 깃든 게 아닐까 싶다. 단지 노래가 즐겁게만 그려지는 건 그걸 업으로, 목표로 삼은 사람에게 야속할 테니. 힘든 순간이 더 많을 테니까.
데뷔하고 나서 몸으로 힘든 게 솔직히 너무 많았다. 하지만 나중에 결과물을 보면서 후회하는 게 더 길고 힘들다는 걸 안다. 순간에 힘들고 아픈 그런 것들은 그때만 집중하면 끝나니까. '도리화가' 촬영 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임했다.

영화 초반부와 후반부, 어린 진채선과 성장한 진채선이 눈길을 걸으면서 영화의 처음과 끝이 완성된다. 난 이 장면이 제일 좋았다. 수미쌍관. 한 폭의 수묵화 같은.
그때가 마지막 촬영인데, 눈이 그날만 잠깐 내렸다. 고창. 눈이 펑펑 내려야 하는 신인데 찍을 때만 잠깐 내리고 조금 이따가 해가 쨍쨍 내리면서 다 녹았다. 하늘이 도와서 좋은 장면이 나왔다.

당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낙성현에서 쑥대머리를 부르는 장면. 눈으로 얘기하는 신이다. 연기하면서 서로 호흡이 제일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주고받는 게 느껴졌다.

'건축학개론'에서 얻은 '국민 첫사랑' 이미지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를 선택할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국민 첫사랑은 참 감사한 수식어지만 언젠가 그걸 넘어서야 하는 부담도 주는 거 같다.그래서휘둘리지 않으려 한다. 굳이 지키는 것도 이상하고, 괜히 새로운 이미지만 생각하면서 더 망가지는 것도 어색하다. 이번 영화도 '건축학개론'에서도 그랬듯이, 그저 내 안의 여러 모습 중 가장 와 닿는 걸 꺼냈을 뿐이다. 그래서 검둥칠을 해도 너무 편했고, 순박한 모습대로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결국'국민 첫사랑'도 영화 속 이미지에서 비롯된 거니까,그 수식어에 대해선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현명하네.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수식어를 기대하나? 그걸로 밀어주겠다.
밤새 생각해 봤는데 뭘 붙여도 이상하다.

판소리니까 국민얼쑤.
...역시 안 하는 게 낫겠다.


사진 한국경제TV MAXIM 윤예진 기자


한국경제TV MAXIM 이석우기자 press@maxim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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