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왜 박병호의 성공을 예감할까?

장강훈 2015. 11. 2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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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 트레인’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가 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추신수(33·텍사스)는 맺고 끊음이 확실한 선수다. 고교 졸업반이던 2005년 혈혈단신으로 메이저리그 시애틀에 입단해 혼자 힘으로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모진 세월을 겪으면서 많이 유연해졌지만 여전히 호불호가 명확한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추신수는 생애 첫 지구 우승을 확정한 뒤 지난 15일 입국 해 숨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후배 박병호의 성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준비가 된 선수”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립서비스를 즐기지 않는 추신수의 성격을 고려하면 박병호를 향한 그의 애정어린 조언을 그저 흘려 들을 수만은 없다. 그의 국내 체류 일정을 돕고 있는 송재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을 통해 추신수가 왜 박병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지 들어봤다.

그간 수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최지만(볼티모어), 이학주(샌프란시스코) 등 고교 졸업과 동시에 태평양을 건너 추신수가 걸었던 길을 따라 가는 선수도 있고 류현진(LA다저스)이나 강정호(피츠버그)처럼 KBO리그에서 ‘자신의 것’을 만든 뒤 빅리그에 입성한 선수들도 있다. 미국 생활의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추신수는 틈 날 때마다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 식사를 하며 후배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추신수는 “서재응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 있는 후배들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선배가 된 내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후배들의 성공과 실패를 직·간접적으로 지켜보면서 빅리그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나름의 기준도 섰다. 송 위원은 “넥센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지는 텍사스가 쓰는 구장이다. 자연스럽게 몇 차례 박병호와 만날 기회가 있었고 함께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추신수는 박병호와 대화를 나누면서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정말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마음가짐이면 다소 고난이 있더라도 충분히 이겨 낼 것이라고 보더라”고 귀띔했다.
‘2015 KBO 시상식’이 2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KBO 홈런상과 타점상을 수상한 넥센 박병호가 수상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예를 들면 이렇다. 선수들은 보통 “빠른 공을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을 하는데 박병호는 “빠른 공을 치기 위해 타격폼을 바꿨다. 과연 이 스윙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라며 구체적으로 묻는다는 것이다. 미리 연구하고 분석해 밀도있게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질문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몸으로 충분히 점검해봤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송 위원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를 잡느냐의 싸움 아니겠는가.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성향을 보면 똑바로 들어오는 공이 하나도 없다. 커터와 투심, 싱커를 고루 던지고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았는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였던 최희섭(36·KIA)은 “내가 뛸 때에도 포피치라는 개념이 네 가지 구종을 던진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 히팅 포인트에서 상하좌우로 변하는 공을 던진다는 의미였다. 앞뒤 타이밍뿐만 아니라 좌우 포인트까지 흔들어버리기 때문에 타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신수도 박병호에게 같은 얘기를 전한적이 있는데 이후 박병호는 컷패스트볼과 투심에 대응하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들이 ‘메이저리그 베테랑’ 추신수의 눈에는 성공으로 가는 열쇠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 외적인 부분만 잘 적응한다면 박병호의 빅리그 연착륙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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