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갈이' 교수들 변명·발뺌 일관.."이름 맘대로 넣었다"
출판사 임직원과 증거 인멸 시도에 막무가내식 선처 호소도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남의 책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출간한 일명 '표지갈이'로 양심을 판 교수 가운데 다수가 잘못을 뉘우칠 기회마저 저버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책에 이름이 들어간 지 몰랐다"고 주장하거나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서 벗어나려고 함께 입건된 출판사 임직원과 말까지 맞추기도 했으나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의정부지검에 따르면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냈거나 이를 묵인한 교수 200여명과 3개 출판사 임직원 4명은 지난 9월부터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사실 3곳과 수사관에 차례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당시 수사 대상에 오른 교수들은 모두 소환한 제날짜에 출석했으나 조사가 시작되자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 중 다수가 "출판사 마음대로 내 이름을 표지에 넣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이들 책을 버젓이 연구 실적으로 소속 대학에 제출한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고, 이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군색한 변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상당수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벗고자 출판사 임직원과 말을 맞추는 잔꾀를 부리기도 했다.
"책을 낼 때 출판사에 조언해 저자로 이름이 들어간 것 같다"거나 "출판 과정에서 '이렇게 고치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냈다" 는 등 출간에 참여한 것처럼 진술했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채택된 흔적은 없었고 책 내용도 원래 서적과 글자 하나 틀리지 않게 출간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주장 역시 허위로 드러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저작권법을 더 살펴야 하지만 출판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냈고 서적에 반영돼 내용이 바뀌었다면 혐의를 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인맥을 동원해 막무가내로 선처를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지갈이 수법도 다양했다.
대부분 'OOO학 개론'을 'OOO학 이론'이나 'OOO학의 이해' 등 형태로 제목을 바꾼 뒤 공동 저자에 이름을 살짝 끼워넣었다.
표지 색깔이나 디자인을 바꾼 서적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제목과 표지색, 디자인을 모두 바꾼 것은 그나마 양반에 속한다"며 "대체로 이들 세가지 중 하나만 바꿔 출간했다"고 전했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9월부터 수사를 벌여 표지갈이에 가담한 교수 200여명과 3개 출판사 임직원 4명을 입건, 혐의를 대부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중순까지 기소 기준을 정한 뒤 상당수를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또 검찰은 표지갈이 범행 대부분이 출판사가 교수를 개별적으로 접촉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형사처벌을 받는 교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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