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와 축구] "코너킥 잘 찼어요"..아뿔싸, 추억이 된 말실수

윤태석 2015. 11.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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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윤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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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 포토DB
지난 22일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축구와 인연도 적지 않다. 통영중 시절에는 직접 축구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 유치는 YS 재임 시절 가장 큰 스포츠 성과로 꼽힌다.
YS는 1992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월드컵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유치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수장으로 월드컵 유치를 진두 지휘했던 정몽준(64) 아산재단 이사장과 YS는 다소 묘한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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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 포토DB
1992년 대선 때 정몽준 이사장의 아버지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통일국민당을 창당해 민자당 후보였던 YS와 정면승부를 벌였다. 정 명예회장은 대선에서 패배한 뒤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현대그룹과 계열사는 강도높은 세무조사에 시달렸다. 그러다보니 정몽준 이사장이 축구협회장을 하고 있는 걸 YS가 처음에 탐탁치 않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몽준 이사장이 쓴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도 '이민섭 문체부 장관은 김영삼 대통령이 내가 축구협회장을 맡은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면서 나보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나는 대통령만 문민 대통령이냐, 나도 문민 회장이라고 응수했다'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YS는 월드컵 개최가 국위 선양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1994년 유치위원회가 발족하고 본격적으로 유치전이 시작되자 뒤에서 많은 힘을 실어줬다. YS는 월드컵 개최 투표권을 가진 각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을 직접 만나 막후에서 큰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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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월드컵 유치 홍보전의 일환이었던 각종 친선 축구경기에서도 잇따라 시축을 했다. 1995년 5월 한국과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6월 코리아컵 국제축구대회 현장을 찾아 팬들과 만났다. 그해 9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5)의 공식 재기전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한국대표팀은 마라도나가 속해 있던 보카 주니어스와 평가전을 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약물 복용으로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던 마라도나가 징계에서 풀린 뒤 첫 번째 공식 경기라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YS는 카를로스 메넴(85)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나란히 시축을 하고 양 팀 선수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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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이사장은 22일 YS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님과 (우리 집안이) 인연이 많다. 저희 아버님과 YS께서 개인적으론 친하셨다. 좋은 관계를 끝까지 계속하도록 내가 잘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며 "2002년 월드컵 때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고 무궁화 훈장도 수여해주셨다. 개인적으로 김영삼 대통령님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애도했다.

YS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1979년 의원직에서 제명되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1990년 3당 합당)와 같은 어록으로 유명하다. 반면 그에 못지 않게 말실수도 잦아 종종 풍자와 희화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중 축구와 관련된 에피소드로 '페널티킥'을 '코너킥'으로 둔갑시킨 사건이 있다.
한국은 1996년 3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1996애틀랜타 올림픽 최종예선 결승에서 일본을 2-1로 누르고 우승했다. 머리 부상을 당한 이상헌(40)의 헤딩 선제골에 이어 최용수(42·FC서울 감독)의 페널티킥 결승골이 터졌다. 시상식 장면이 중계되려는 순간 화면이 갑자기 바뀌며 YS의 전화통화 장면이 방송됐다. 극적인 한일전 승리에 고무된 YS가 직접 축하 전화를 했고 이 모습이 생중계됐다. 최용수 감독이 선수 대표로 전화를 받았는데 아뿔싸. 김 대통령은 "아주 잘했어요. 코너킥을 아주 잘 찼어요"라고 말해버렸다. '페널티킥'을 '코너킥'으로 착각한 것이다. 중계방송사로 항의 전화가 빗발칠 정도로 많은 국민들이 황당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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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직원으로 쿠알라룸푸르 현장에 있었던 김원동 전 부산 아이파크 사장은 "일본을 이긴 뒤 갑자기 대통령과 전화 연결을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처럼 핸드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라 경기가 끝나자마자 탈진해 있던 최용수 감독 손을 잡고 경기장 꼭대기 중계부스까지 헐레벌떡 뛰어 올라갔다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당사자였던 최 감독도 "막상 대통령과 통화를 한다고 하니 긴장이 돼 많이 떨렸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앞서 YS는 축구국가대표팀이 1994년 미국월드컵에 출전하기 직전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기도 했다. 동석한 김원동 사장에 따르면 김 대통령은 "내가 축구 선수할 때 골키퍼였다"며 "대표팀 골키퍼는 누구인가"하고 궁금해했고 주전 수문장이었던 최인영(53·용인축구센터 골키퍼 코치)이 일어서 인사를 했다. YS가 "축구는 말이야. 골키퍼가 골만 안 먹으면 안 져. 자네 임무가 막중해"라고 큰 부담을 줘서 최인영 코치가 어쩔 줄 몰라했다는 일화도 있다.

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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