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YS 국가장 영결식 불참할 수도

최문선 2015. 11. 26.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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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건강 문제" 설명 불구 '통합과 화합 역행'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국가장으로 치러지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청와대 참모들이 25일 전했다. 다자외교 강행군으로 인한 과로와 감기 등 건강 문제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박 전 대통령과 YS의 관계가 껄끄러웠다는 점에서 여러 뒷말을 낳았다. 또 정부 이름으로 거행되는 국가장에 현직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YS 영결식 참석 여부는 26일 오전 건강 상태를 살펴보고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1시간 30분 가까이 야외에 앉아 있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박 대통령이 23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YS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만큼 고인에 대한 예우는 이미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영결식 참석 취소를 검토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참석 여부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영결식 참석을 당연한 일로 생각했지만,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이와 달랐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영결식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부각시킨 것 자체가 영결식 불참이 이미 결정됐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25일 국회 영결식장 주변에는 박 대통령 참석에 대비한 강도 높은 경호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14일부터 7박10일 간 터키와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돌며 빡빡한 다자외교 행사에 참석하느라 감기가 심해지고 피로가 쌓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에 많은 일정을 짧은 기간에 소화해 건강 등 여러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했고, 목소리가 잠겨 발언 도중 몇 차례 마른 기침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공식 일정 없이 휴식을 취했고, 이번 주 다른 외부 일정도 대부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YS의 영결식에 끝내 불참한다면 YS가 유언으로 남긴‘통함과 화합’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 통 큰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씻을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영결식에 불참한 경우는 가족장으로 치러진 윤보선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을 때 뿐이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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