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직업병 의심 모든 직원 보상"

2015. 11. 2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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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위 "인과관계 확인 유보" 포괄적 지원 권고.. 사측서 수용

[동아일보]
SK하이닉스가 모든 ‘반도체 직업병 의심 환자’들을 대상으로 보상과 지원을 하겠다고 25일 발표했다. 1년간 SK하이닉스 사업장의 산업보건 실태를 검증한 산업보건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가 작업장 환경과 발병 간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지속가능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 등을 위해 검증위가 제안한 보상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검증위는 25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생 원인이 복잡한 암이나 발생률이 극히 낮은 희귀질환과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장 환경의 인과관계 확인을 유보(留保)하겠다”고 밝혔다. ‘인과관계 유보’란 조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현재까지의 의학적 검증 기술로는 인과관계를 밝혀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는 의미다.

검증위 위원장을 맡은 장재연 아주대 의대 교수는 “작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과 전체 임직원을 전수 조사하는 등 광범위하고 심도 깊은 조사를 했지만 의미 있는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증위는 지난해 SK하이닉스 사업장 근무자들의 직업병 문제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박성욱 사장이 “객관적인 실태조사를 받겠다”며 외부 전문가 7명으로 구성한 조직으로, 1년간 노후 설비인 충북 청주 M8 라인 등의 사업장과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총 2296가지 성분의 화학물질 860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아르신, 황산 등 발암 및 돌연변이성 물질 18종이 포함됐지만 노출량은 기준치에 크게 못 미쳤다. 또 2010∼2014년 암으로 병가를 신청한 108명을 분석한 결과 갑상샘암이 61명(56.5%)으로 가장 많았으며 뇌종양 11명(10.2%), 위암 10명(9.3%), 유방암 9명(8.3%), 백혈병 등 혈액암 5명(4.6%) 순으로 조사됐다.

장 교수는 “갑상샘암의 경우 SK하이닉스 근로자의 발병률이 한국 전체 근로자에 비해 남성은 2.6배, 여성은 1.3배 높다는 유의미한 통계 결과가 나왔지만 원인물질을 규명하지는 못했다”며 “다른 암은 발병자 수가 적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증위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건강손상 근로자들의 치료와 일상 유지에 필요한 기본 수준을 지원하는 ‘포괄적 지원보상체계’를 제안했다. 인과관계 규명 시까지 보상을 늦추면 환자를 구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고, 회사의 지속가능성에도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산업과 조금이라도 상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암과 전신경화증 등 희귀난치성 질환, 소아암 등 자녀의 관련 질병까지 지원 및 보상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대상은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한 경우 10년이 지나지 않은 SK하이닉스 및 협력사 임직원이다. 또 위험물질 사용 자제 및 축소, 임직원 건강영향관리 등 총 127개 개선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전격 수용해 사외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조직을 구성하고, 환자 혹은 유가족의 신청을 받아 보상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보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최소 수백 명의 신청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전·현직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 직원까지 지원 및 보상 대상에 포함해 산업보건 지원·보상 시스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빠른 시간 안에 독립적 지원보상위원회를 결성해 관련 질병 지원·보상 절차를 마련한 뒤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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