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켓 회수 시험 첫 성공.. '아이언맨' 제친 아마존 CEO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15. 11. 2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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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스 "로켓, 원형 그대로 착륙" 재활용 시대 열어.. 경쟁자 머스크도 축하 메시지] 100km 높이까지 올라간 뒤 발사 지점 1.4m 떨어진 곳에 곧추선 상태로 착륙 -美기업들 과학연구 적극 지원 베조스 "2017년 우주관광 시작" 구글·오라클·MS 창업자도 뇌과학·老化연구소 등 설립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왼쪽),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의 창업자 겸 CEO인 제프 베조스(모자 쓴 이)가 27일 미국 텍사스의 로켓 발사장에서 세계 최초의 로켓 회수 실험에 성공하고 나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것이 지구 상공 100㎞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지상으로 착륙한 우주로켓‘뉴 셰퍼드’호이다. /블루 오리진 제공

"보잉 747 여객기를 타고 나라를 한 번 횡단하고는 버린다면 그 여행이 얼마나 비싸겠어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가 ABC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와 같은 일이 계속 벌어져왔다. 보잉747 가격 못지않은 우주로켓은 우주선이나 위성과 분리된 후 그대로 지구로 떨어져 고철로 전락했다. 그래서 로켓 재활용은 우주 산업의 숙원이었다. 우주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조스가 이를 처음으로 해냈다. 베조스는 24일(이하 현지 시각)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주로켓 '뉴 셰퍼드'호가 전날 발사 후 원형 그대로 지상에 무사히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블루 오리진은 23일 오후 12시 21분 텍사스주 서부 밴 혼 인근 발사장에서 무인 우주선 뉴 셰퍼드를 발사했다. 뉴 셰퍼드호는 지상에서 100㎞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우주선과 분리됐다. 이후 지구로 낙하해 발사 지점에서 불과 1.4m 떨어진 곳에 곧추선 상태로 착지했다. 로켓이 낙하하기 전 분리된 상단의 우주선도 낙하산을 펴고 무사히 착륙했다. 우주선과 로켓 모두 재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베조스는 "현재까지 조사에서는 모든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됐고 로켓도 다시 쓸 수 있는 상태로 파악됐다"며 "우주로켓도 이제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고 밝혔다.

베조스는 1994년 아마존을 창업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베조스는 보유 자산 464억달러(약 53조1000억원)로 전 세계 열다섯째 부자다. 그가 2000년 우주개발업체 블루 오리진을 창업한 것은 어릴 때부터 품어온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다섯 살 때인 1969년 아폴로 11호 발사 장면을 보고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했다. 베조스는 "내 유일한 목표가 돈을 버는 것이라면 그저 그런 스낵회사를 차리는 게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했다.

베조스는 로켓 재활용 시험에 성공하면서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겸 CEO인 일론 머스크를 한발 앞서게 됐다. '아이언맨'의 주인공 모델로도 유명한 머스크는 인터넷 결제 대행업체인 페이팔의 지분을 매각해 엄청난 돈을 거머쥔 뒤 테슬라와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잇따라 창업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세우며 "언젠가 수명이 다할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하겠다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IT 업계에서는 베조스의 로켓 회수 시험 성공에 대해 "아마존이 아이언맨을 이겼다"는 말이 나왔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현재 민간 우주 기업의 선두 주자다. 우주로켓 팰컨9을 개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용역을 받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그런 스페이스X도 로켓을 착지대를 펼친 상태에서 250m 띄웠다가 다시 착륙시키는 실험에는 성공했지만, 실제 임무에 나선 로켓의 회수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로켓은 바다에 띄운 이동식 선박 근처까지 돌아왔지만 착지 과정에서 배에 부딪혀 폭파되기 일쑤였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베조스와 블루 오리진의 로켓 추진체 회수 성공을 축하한다"면서도 "우주와 궤도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뉴 셰퍼드호가 위성이 지구 주위를 돌 수 있는 우주까지 나가지 못하고 지구 궤도에 머물렀다는 점을 비꼰 것이다.

베조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2017년부터 우주선에 6명씩 태우고 무중력상태를 체험하는 우주 관광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무중력상태의 과학실험이 필요한 과학자들도 고객이 될 수 있다. 블루 오리진은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처럼 우주 공간으로 나갈 새로운 로켓 개발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민간 우주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머스크와 베조스처럼 미국의 IT 업계에서는 돈을 벌기 위한 사업뿐 아니라 우주 개발, 생명 연장 등 인류를 위한 과학 연구에 큰돈을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도 달 탐사 프로젝트와 우주 엘리베이터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노화 극복을 위한 엘리슨 의료재단을 설립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도 앨런 뇌과학 연구소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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