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C형간염' 원장, 뇌손상·수전증 있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15. 11. 2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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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가는 '100원 주사기 재활용' 미스터리] 3년 전 장애 2등급 받아 무면허 아내, 연수 대신 받고 환자 혈액채취 검사도 지시 올 상반기 주사처방률 98.1%.. C형간염 환자 66명으로 늘어

개당 100원짜리 1회용 주사기와 주사액 등을 재사용하며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본지 11월 25일자 A17면〉를 부른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K(52) 원장이 3년 전부터 심각한 뇌손상 후유증을 앓은 상태에서 내원객들을 상대로 진료 행위를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선 "사실상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지기 불가능한 상태에서 의료 행위를 한 것이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다나의원 내원객(2269명) 전원을 상대로 에이즈(AIDS)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일 18명이던 C형 간염 감염자는 일주일 만인 25일 66명으로 대폭 늘어나는 등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뇌손상 후유증 상태서 3년 진료

양천구보건소 관계자는 25일 "K 원장이 지난 2012년 뇌 손상을 입어 혼자서 걸음을 잘 걷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의료계에서도 "K 원장이 정상적인 거동이 어렵게 되자 아내 K(50)씨가 이 의원을 사실상 대신 운영해 왔다"는 등 증언이 속속 흘러나오고 있다. 다나의원이 속한 양천구의사회 등에 따르면, K 원장은 교통사고에 따른 뇌 손상으로 아내 K씨의 도움으로 출퇴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의 A씨는 "K 원장은 이 사고로 장애등급 2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손떨림 증세까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수전증 증세가 있는 K 원장이 주사 처방을 하면서 주사기 내 혈액이 역류(逆流)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도 괜찮을 것으로 오판해 다른 환자에게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 B씨는 "K 원장이 질병관리본부의 역학 조사 과정에서 뇌 손상을 당하기 전에는 주사기를 재사용하지 않았으나 다치고 나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이에 따라 K 원장의 진료 기록과 이 의원의 주사기 폐기물 양을 비교하는 등 조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 K씨는 지역의사회 등이 주최하는 의사 연수교육에 대리 출석해 다른 의사들로부터 '의원을 사실상 운영하는 대리 원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보건소 측은 지난 24일 아내 K씨를 '무면허 의료 행위'를 이유로 경찰에 고발했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아내 K씨가 이달 초 자신이 C형 간염에 감염된 사실을 안 뒤 병원 내 간호조무사와 내원 환자에 대해 혈액 채취 검사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에 고발했다"면서도 "이 같은 무면허 의료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주일 새 감염자 18→66명으로

이 의원을 방문한 내원객들 가운데 C형 간염 감염자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다나의원 개원(2008년 5월) 이래 내원한 2269명 환자 중 531명을 검사한 결과 66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특히 다나의원 내원객들은 거의 모두 이 의원에서 주사 처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감염자가 앞으로 대폭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다나의원은 올해 상반기 주사 처방률(약 처방을 받은 환자 중 주사 처방을 받은 비율)이 98.1%나 됐다. 2008년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87~99%의 주사 처방률을 보였다.

보건 당국은 병원 개원 이래 내원한 2269명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C형 간염 감염 여부와 함께 에이즈 및 B형 간염 확인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채혈 검사에서 통상 시행하는 검사지만, 다나병원 내 C형 간염 감염 환자 중 에이즈 또는 B형 간염 감염자가 섞여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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