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메르스 환자, 끝내 네 살 아들 안지 못했다

이에스더 2015. 11. 2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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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이식 수술 앞두고 숨져양성·음성 오가며 혈액암 악화카톡엔 '한걸음 한걸음 집으로'
마지막 메르스 환자 김씨의 친구가 만든 이미지. 영어 문구는 ‘80번 환자를 구하자’는 뜻이다. 김씨의 가족·친구들은 이를 부적처럼 품고 다녔다.

젊은 아빠는 그를 애타게 그리던 가족 품에 끝내 돌아가지 못했다. 마지막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인 치과의사 김모(80번 확진자·35)씨가 25일 숨졌다. 지난달 11일 서울대병원 39병동(음압격리병동)에 다시 격리된 지 45일 만이다.

 림프종(혈액암)을 앓고 있던 김씨는 5월 말 메르스에 걸렸다. ‘수퍼전파자’ 14번 환자가 있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였다. 그 뒤 항암 치료와 병행하느라 116일간 메르스 치료를 받았다. 지난달 3일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으나 림프종이 악화돼 8일 만에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이때 시행한 메르스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재격리됐다.

 김씨는 최근 골수 이식 수술이 시급한 상태였다. 그를 맡은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이식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남동생이 골수를 기증하기로 했고 이식에 적당하다는 검사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격리 상태인 김씨는 수술을 받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지시 없이 의료진이 나설 수 없었다. 이러한 사연이 언론 보도(본지 11월16일자 14면)를 통해 알려졌다. 질본을 향해 “격리 해제가 어렵다면 격리 상태에서 수술이라도 받게 하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질본은 지난 20일 병원·가족과 협의해 뒤늦게 이식 수술을 진행키로 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실 하나를 김씨 전용으로 배정해 검사를 했고, 22일엔 이식 수술 직전 단계인 전신 방사선 치료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김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그는 23일 의식을 잃었고 이틀 뒤 음압 병실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부인 배모(36)씨는 “남편이 한 달 반 넘게 치료를 못 받고 방치된 사이 상태가 너무 나빠졌다”며 가슴을 쳤다.

 김씨는 6개월간의 투병 생활 동안 부인 이외의 가족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특히 네 살배기 아들을 많이 그리워했다. 그는 의식을 잃기 직전에도 부인에게 “수술 받고 건강해져 얼른 애를 안아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배씨는 “남편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한걸음 한걸음 집으로’란 문구를 써놨더라”고 말하며 울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유가족이 보호복과 마스크 등을 착용한 상태로 음압 병실에 들어가 숨진 김씨의 모습을 보고 나왔다”고 말했다. 메르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김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에 화장됐다.

 김씨의 사망으로 한국은 메르스 환자 제로(0) 상태가 됐다. 지난 5월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190일 만이다. 그동안 총 186명이 감염됐고 그중 38명이 숨졌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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