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러 전투기 격추 일파만파..나토 '옹호' 푸틴 '격분'

손병호 기자 입력 2015. 11. 26. 00:40 수정 2015. 11. 26.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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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新냉전' 오나

터키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뒤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역학관계가 신(新)냉전의 대치 상황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당장 25일(현지시간) 지중해에 있던 해군 순양함 모스크바호를 전투기가 추락한 시리아 라타키아주의 항구 앞으로 이동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또 자국의 최첨단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S-400을 시리아 내 공군기지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세르게이 우드스코이 중장은 “우리 군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 세력을 격멸시키겠다”고 경고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갈등의 축은 러시아-터키뿐 아니라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힘겨루기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하면서 “터키는 사고 후 우리가 아닌 나토와 상의했다”면서 “나토를 IS 편으로 돌리려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나토도 사고 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 ‘터키 구하기’에 나섰다. 회의 후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 국경을 자주 침범했기에 터키를 강력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갈등은 시리아 해법을 둘러싼 나토·터키와 러시아 간 갈등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나토와 터키는 시리아 사태를 풀기 위한 전제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해온 반면 러시아는 아사드를 지원하기 위해 터키와 형제 관계인 투르크멘 반군 등을 공습해 왔다. 터키 입장에선 불만이 팽배한 상태였다.

아울러 냉전 때부터 이어진 러-터키의 뿌리 깊은 갈등관계도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터키의 국경지대는 냉전 시절 서방과 구소련 간 무력 대치가 가장 심했던 곳”이라며 “때문에 터키가 강경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비극이 러-터키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듯 향후 러시아의 ‘보복’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다. 푸틴은 특히 1949년 나토 결성 이후 처음으로 나토 회원국과의 공중전에서 전투기가 추락한 데다 투르크멘족 반군이 전투기에서 탈출한 러시아 조종사 1명과 구조에 나선 해병대원 1명을 사살한 일에 크게 분개하는 모습이다.

예정됐던 터키 방문을 취소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는 계획된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터키와 전쟁에 돌입할 의도는 없다”며 보복 등 추가 조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뜻밖의 사태로 향후 시리아 사태의 ‘외교적’ 해결은 물론 이슬람국가(IS) 퇴치 작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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