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의 착오?.. '천재소년' 송유근 논문 표절 파장

대전=정재학 기자 입력 2015. 11. 2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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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저널 "인용 명시 안해 표절 판정".. 게재 철회
한국천문연구원(KASI) 박석재 연구위원(오른쪽)과 박갑동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학생처장이 25일 대전 유성구 UST 사이언스홀에서 ‘표절’ 문제로 철회된 송유근군의 블랙홀 연구 논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송유근

‘천재 소년’ 송유근(17·사진)군의 블랙홀 연구 논문을 게재했던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ApJ:Astrophysical Journal)’이 송군의 논문 게재를 철회했다. 최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통과한 송군은 이로써 박사 과정 졸업에 필요한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돼 학위 취득도 늦어지게 됐다.

천체물리학저널은 25일 표절 문제로 송군의 논문(Axisymmetric, Nonstationary Black Hole Magnetospheres: Revisited)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비대칭·비정상(非正常) 블랙홀의 자기권에 대한 것으로 지난 10월 5일자 저널에 실렸다. 송군이 제1저자 겸 공동 교신저자, 한국천문연구원(KASI) 박석재 연구위원이 제2저자 겸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논문의 표절 논란은 이달 중순 불거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논문이 지도교수인 박석재 교수가 2002년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겨울학교에 발표자료(Proceeding) 형태로 발표한 논문을 표절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표절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송군이 이 자료를 토대로 중요한 편미분방정식을 유도한 것이 논문의 핵심인 만큼 표절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21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도 “왜 표절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써서 매도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유근이가 칼도마에 올라간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저널은 “송군과 박 연구위원이 공동 저자로 참여해 제출한 블랙홀 논문이 2002년 박 연구위원이 학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많은 부분 그대로 사용하고도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논문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저널은 “2002년 프로시딩 인용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 동료 심사(peer-review)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었던 송군의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UST는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졸업 자격 요건으로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 1편 이상을 SCI급 저널에 발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군은 저널 논문 게재로 졸업 자격을 얻고 지난 17일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해 내년 2월 만18세3개월의 나이로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었다.

박갑동 UST 학생처장은 이날 오후 박 연구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UST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해 송군의 논문 표절 문제를 심층 검토하고 적절한 조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저널의 결정을 수긍한다. 할말도 없다. 제 큰 불찰은 13년 전 워크숍 자료를 인용하지 않은 것”이라며 “제가 시키는 대로 공부만 열심히 한 송군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표절 발생 과정에 대해 “논문 심사자가 한국 내 한 자료가 제출 논문과 유사하다고 지적해 ‘그 자료는 논문이 아니고 학회 프로시딩’이라고 해명해 논문이 통과됐다”며 “인용문헌 목록에도 SCI급 논문만 명기하기로 심사자와 협의돼 프로시딩을 제외했는데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논문 철회가 박사학위 논문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차피 1년 졸업이 늦춰진 이상 다른 분야 논문을 추가해서 유근이를 더 나은 박사로 만들어 졸업시키겠다”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 관계자들은 “언론이 최연소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대서특필한 뒤 표절 문제가 나오자 또다시 비판적 논조로 유근이를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근이가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논문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군은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지 않고 있으며, 언론과의 접촉을 삼가고 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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