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위, 대화하자는데.. 경찰, 한상균 압박 수사

김현빈 2015. 11. 2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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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주거지 압수수색.. 강경 일변도에 사태 장기화 할 듯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 배우한기자bwh3140@hankookilbo.co

서울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중재요청을 받아들인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공문을 보내 면담을 요청했다. 조계종도 ‘공권력 투입 자제’를 촉구하는 등 경찰에 대화를 압박하고 있으나 경찰은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조계종에 따르면 화쟁위는 전날 오후 강신명 청장 앞으로 ‘12월 5일을 폭력시위와 과잉진압의 악순환을 끊는 전환점이 되는 날로 만들자’는 내용의 취지의 면담요구 공문을 보냈다. 정웅기 화쟁위 대변인은 “집회 주최 측에도 평화적 시위를 하도록 설득할 테니 경찰도 동참해 달라는 취지”라며 “경찰에서 일정을 조율하면 빠른 시일 내에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조계사에 경찰력 투입을 요구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진실한 참회를 요구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공권력에 대한 탐착을 버리고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하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조계사 스님과 신도들은 호소문을 내고 석가모니의 ‘독화살의 비유’를 들어 “독화살을 뽑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지, 쏜 사람은 누군지, 화살의 재질이 무엇인지 등은 나중 문제”라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법 스님은 이날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종단 행사인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대토론회)’를 찾아 “스님들이 경찰과 집회 주최 측 사이 중간지대에서 울타리 역할을 하자”며 ‘평화의 울타리’ 결의문 채택을 제안했다. 이는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으나, 대중공사는 이날 논의 결과를 토대로 평화 시위문화 정착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 집행 기관으로서 (집회·시위) 준법의 문제는 화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경찰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경찰은 불법집회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나온 이후 한 위원장 측근과 주변인사를 대상으로 강제 수사에 나서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전날 오후 범인 도피 및 불법집회 주도 혐의로 경기 구리시에 있는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한 위원장 측근인 이 사무총장은 조계사를 찾아 한 위원장에게 승복을 전달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그를 도피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압수품 조사를 거쳐 혐의가 확정되면 이 사무총장 등 한 위원장 주변인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4일 집회에서 불법을 행사한 수사대상에 16명을 새롭게 추가하는 등 ‘저인망 수사’를 통해 한 위원장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조계사 내 경력투입은 자제하겠다던 경찰의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조계사 피신을 계속 고집할 경우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관할 경찰서인 종로경찰서도 한 위원장의 예상 변장 사진이 담긴 수배 전단을 조계사 주변에 배치된 경력에 뿌리는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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