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고통, 범죄피해자 지원 허와 실] (1) 이주여성 등 사회적 소수 범죄피해는 제도적 지원서 소외

이승환 2015. 11. 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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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도 사각지대 여전지원금·실적 늘어났지만 사각지대 많고 실효 의문예산·인력 턱없이 부족.. 홍보 부족해 제도 잘몰라

(1) 제도 사각지대 여전
지원금·실적 늘어났지만 사각지대 많고 실효 의문
예산·인력 턱없이 부족.. 홍보 부족해 제도 잘몰라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사회적 관심은 참혹했던 사건에 집중된다. 이후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과 함께 가해자 인권에 관심이 이어진다. 상대적으로 범죄 발생 후 피해자들의 삶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올해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범죄피해자보호법'이 제정된 지 10년째다. 정부는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물질적.의료적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특히 정보 부족, 소외계층 지원 미흡, 단발성 지원 등으로 인해 범죄피해자들의 사회 복귀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뉴스는 범죄 이후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내러티브 기사형식의 시리즈를 게재,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 지난 2012년 교제하던 남자를 사기 및 강간치상 혐의로 고소한 A씨는 현재 신용불량자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돈을 빌려달라는 남자친구를 위해 제2금융권 대출까지 받았다.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폭력적으로 대하는 남자친구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를 만나면서 첫 직장이던 국내 대형은행에서 나와서 고정적인 수입이 없었다. 딸이 남자친구에게 겪고 있는 일을 뒤늦게 안 어머니는 병으로 쓰러졌다. 현재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채무와 병원비를 힘겹게 감당하고 있다. A씨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 2004년 인천국제공항에 첫발을 내딛은 중국인 여성 B씨는 '코리안 드림'을 꿈꿨다. 한국어를 잘 했던 그녀는 새로운 도전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2006년 버스 기사를 하던 한국인 남편을 만나면서 B씨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의처증이 심한 남편은 그녀가 직장에 다니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집안끼리 갈등까지 겹쳐 남편의 폭력이 시작됐고 B씨는 이혼을 요구했다. 결국 남편은 B씨를 살해하려다 구속됐다. 1남1녀를 둔 B씨는 이주여성이라는 이유로 새 직장을 잡기도 힘들다. B씨는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언젠가 교도소를 나올 남편의 보복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통계로는 범죄피해자 지원 강화

25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1년 623억8100만원이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 올해 915억2200만원으로 늘었다. 범죄피해자 주거지원 실적도 2011년 21건에서 올 9월까지 45건으로 증가했다. 범죄피해자 1명에게 지급되는 구조금도 지난 3월 33%로 상향해 최대 9100만원으로 높였다.

범죄피해자 지원이 양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도적 지원에서 비켜서 있는 범죄피해자가 여전히 많다. 매년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제도의 사각지대 및 실효성 등에 대한 지적이다.

우선 범죄사건 처리 단계에서 지원제도를 제대로 설명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대부분이다.

경찰 판단에 의해 지원제도에 대한 정보제공 여부가 결정되는 게 문제로 꼽힌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지원제도를 알려주지 않는 이상 흉악범죄를 처음 겪는 피해자가 제도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A씨는 "사건처리 단계에서 범죄피해자 지원 제도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국선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사정을 딱하게 여긴 변호사가 지원 제도가 있으니 한번 알아보라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현재 사건처리 초기 단계에서부터 의무적으로 범죄피해자 지원제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보제공과 관련해 지난해 범죄피해자보호법이 개정됐고 올해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며 "과거 피해자들이 지원제도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법개정을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사각지대와 실효성 부족

다문화 가정 등 사회 소수자들의 범죄피해는 제도적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이 나서 이주여성 범죄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매년 증가하는 다문화가정 범죄피해자를 보호하기에는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이주여성보호 시설은 올해 1개가 추가돼 총 28개다.

신진희 변호사는 "이주여성은 계속 늘어나고 다문화가정 폭력 범죄가 많지만 해당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특히 상담 등 범죄피해 지원의 초기 실무를 담당하는 지점 및 센터에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지원제도의 실효성 문제는 꾸준히 지적됐다. 경제·의료 지원이 단기간에 그치고 사회 복귀를 위한 취업지원 역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실제 강력범죄(살인.강도.성범죄.방화.뺑소니) 피해자 가족은 생계수단이 없으면 3개월간 월 80만∼100만원의 생계비만 지원 받는다. 또 범죄피해자 취업지원은 대부분 사회적 기업에서 감당해 이같은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사업을 이어간다는 보장도 없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범죄피해자들의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지원제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지만 취업하는 곳은 대부분 사회적기업"이라며 "해당 기업들이 잘 운영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실제 취업을 했다가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다시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에 놓인 피해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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