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남기씨 딸들 "아빠가 왜 집회에 나갔는지는 어느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다"

이혜리 기자 2015. 11. 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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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3시30분쯤 찾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3층 중환자실 앞은 한 농민의 상태가 호전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로 지난 14일 종로 일대에서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68)다. 이곳에서 백씨의 딸 백도라지씨(33)와 백민주화씨(29)를 만났다. 이들은 “처음에는 아빠의 위독한 상태 때문에 경황이 없었지만 이제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백씨의 자녀들이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을 찾아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씨의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biggun@kyunghyang.com

다음은 백씨 자녀들과의 일문일답.

-인터뷰에 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백민주화) 처음에는 아빠의 위독함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경황이 없었지만 이제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페이스북을 열심히 하던 스타일이 아닌데 (네덜란드) 멀리서 할 수 있는 것은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올릴 수 있는 거 밖에 없어서 올렸다. 아빠가 이런 상황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게 낫겠구나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어땠나.

“(백민주화) 가족을 떠나서 한 명의 국민으로 너무나 부당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공권력이라는 것은 물론 행사할 수 있는데 사람 목숨을 앗아가면서까지 쓴다는 거는 경찰이 아니지 않나. 아빠가 총을 들었나 칼을 들었나, 아빠가 무슨 무기를 들고 있었나. 우리 아빠는 그냥 70세 농민이다. 아빠는 쌀 값이 개 사료보다 싸다, 제발 쌀값을 올려야 한다, 농촌만이 우리 나라의 미래다, 그 말을 하려고 간 건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 나이에 서울까지 보성에서 5~6시간 거리인데 거기를 가셨겠나. 우리 아빠가 왜 거기를 나갔는지는 어느 언론에서도 보도하지 않고 니네 아빠가 앞에서 폭력시위를 했기 때문에 우리는 폭탄을 써서 니네 아빠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거다. 아무도 본질은 모르고 있다. 폭력시위가 초점이 아니다. 10만명이 넘게 서울 그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할 얘기가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들어줄 생각을 해야지 왜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를 먼저 막고 시작을 하나. 안들어주니까, 막고만 있으니까 사람들이 액션을 취했을 것 아니냐. 그 상황에서 아빠가 그렇게 되셨고. 아빠가 내일 가실지 모레 가실지 모른다. 그런데 (이 사실은) 우리 가족들과 농민들만 알고 있고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안하잖나. 늙은 농부가 죽은 게 자기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아빠가 하고 싶은 말은 뭔지는 들어주지를 않는거다. 공약을 아무리 내세웠지만 그걸 지킬 생각이 없으니까 아빠를 그냥 폭력군으로 만든 것이다. 아빠는 옳은 일에 앞장서왔고 젊을 때부터 학생운동 했던 사람이고 시골 내려와서는 시골을 살리려고 했던 사람이고. 그건 위험 인물이 아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해야만이 또 농촌이 살고 농촌이 살면 나라가 사는 거다. 아빠는 나이가 들었지만 그래서 집회에 참석을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25일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지난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경찰의 진압에 대해서는 어떻게 봤나.

“(백민주화) 시위대가 커지면 진압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아빠 머리에 대고 물대포를 20초간 쐈다. 아직도 경찰청장은 그건 진압의 일부일 뿐이지 고의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말을 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떻게 그게 고의가 아니냐. 물대포를 쏜다는 것은 우선 시위대에게 경고를 주고자 하는 것이지만 캡사이신을 섞었다는 것은 이미 ‘너희 우리 말 안들으면 죽여버릴 거다’라고 하는 것이지 않나. 경고이기 때문에 그냥 물로만 해도 충분히 경고를 할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아무리 (시위대가) 폭력적이었다고 해도 아빠 옆이나 다리에 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겁먹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한 명이 죽어야 시위 안하겠구나’ 그걸 원하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70세 노인 머리에다 대고 물대포를 쏘나. 직격으로 쏠 수 없다는 것(규정)은 경찰도 인명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고 알고도 쐈기 때문에 아빠가 죽으면 고의적인 살인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뻔뻔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소리조차도 안하고 과잉진압이 아니었다만 하고 끝내려고 한다. 우리 아빠는 20대 팔팔한 청년이 아니다. 손으로 조금만 해도 끌려갈 수 있는 분이다. 맨 손의 70대 할아버지가 어떤 폭력을 했길래 20초동안 물대포를 쐈는지, 어느 정도의 폭력이 경찰에게 위협적이었는지, 그 대답을 들었을 때 우리도 인정을 할 수 있다. 경찰이 자기들의 정당성을 증명하라는 거다. 과잉진압이 아니라고 하는 그 증거를 밝혀야 한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23일 “결과가 중한 것만 가지고 무엇이 잘못됐다, 잘됐다고 말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발언했다.

“(백도라지) 강신명 청장이 비이성적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아빠 상태라도 보고 얘기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국회의원들 앞에서 그렇게 말을 했다는데 경찰청장실이라도 찾아가고 싶다. 사람 생명이 다쳐서 위중한 상태인데 비이성적이라고 하는 게…사람이라면 그런 얘기를 안해야 되는 거 아닌지 싶다. 설령 아빠가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치면 수사를 해서 재판에 넘기는 거다. 치안을 위해서 헌법일지 무슨 법일지 모르겠지만 체포를 해서 수사를 해서 재판에 넘기든가 그런 충분한 수단이있었는데 위법행위를 했다고 자기 들 스스로 결론을 내려버리고 잘못을 했으니까 쏴도 돼 이런 거는 경찰이 법 집행을 하면서 절차적인 문제가 분명히 맞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해서 해명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경찰의 태도는 폭력을 저질렀으니까 죽어도 싸다라는 것이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가릴 수 있는 문제였는데 그걸 가리는 절차도 없이 자의로 판단해서 처방을 내린 것이다. 정말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 사라진 수많은 절차가 있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인데 법을 수호하는 경찰이 그렇게 절차를 무시하고 아빠에게 물대포를 들이댔으면서 법적 절차를 따진 뒤에 이야기하겠다고 하는게 도의적이로도 논리적으로도 안 맞는다.”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는데 유럽에서는 경찰의 집회 대응이 어떤가.

“(백민주화) 유럽에서도 농민들이 시위를 하면 트랙터나 온갖 농기들을 태우고 시위를 한다. 그러나 그건 폭력시위가 아니다. 우리를 봐달라는 보여주는 상징적인 거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시위하는지 보여준다는 퍼포먼스와 비슷한 거지. 경찰들은 거기서 아무것도 안한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시위대를 보호해주려고 있는거지 시위대를 쫓아내려고, 공격하려고 경찰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한국 경찰은 시위대랑 이미 싸울 준비를 하고 나온 것이다. 애초에 우리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들을 생각이 없고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유도한 것이다.”

-남편이 네덜란드인이라서 충격이 컸을 것 같다.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하다.

“(백민주화) 소식을 듣고 남편이 친구들과 집에 왔는데 “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너네 한국 맞아? 우리가 알고 있는 사우스 코리아 맞냐?”고 했다. 농민이 쌀값 올려달라고 했다고 이렇게 할 수가 있느냐고 한다. 시부모님도 한국에 오셨는데 어이없다고 하신다.

다른 나라에서 봤을 때는 한국은 경찰이 국민을 죽일 수 있는 나라인 거다. 말 안들으면 죽일 수 있어 이런 사건인 거다. 오피셜한 테러다. 창피하다. 우리 아빠 목숨이 중요하고 우리 아빠가 중요하지만 이곳 국민인게 창피하고. 경찰이 물대포에 맞아서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을 시부모님이 보셔야 하는 게 끔찍하고. 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이 이번에 다 무너졌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을 위해 나라가 있잖나. 근데 우리는 지금 나라가 국민 위에 있는 거다.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뒤로 돌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민이니까.”

-백남기씨에게 전문 시위꾼, 빨갱이와 같은 단어를 붙이는 사람들도 있다. 심정이 어떤가.

“(백민주화) 너무 슬프다. 원통하고 원망스럽고 아빠한테 미안하다. 농민들을 대변하려고 나간 것인데 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빨갱이고 좌좀인지. 어떻게 그런 눈으로 볼 수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몰아갈 수 있는지 내 스스로가 부끄럽다. 아빠는 어디 가서 욕심 한번 안부리고 없는 와중에도 무언가 나누려고 하고, 그렇게 살았던 사람이다. 근데 전문 시위꾼에다가 빨갱이에 폭력배로 몰아가서 이렇게 아빠를 마주하고 있는데. 완전 아빠 인생을 무의미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아빠를 감싸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내가 아빠 딸이니까 아빠를 제일 잘 알잖나. 아빠가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나도 아빠를 존경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건 평생을 약자의 편에 선 멋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아빠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시위고 뭐고 다 접고 생명에 대한 문제잖나. 법적으로 따질 건 그 다음이지만 인간적인 사과라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찰에게) 농민 한명 목숨은 그냥 파리 목숨이랑 똑같은 거다. 누군가에게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버지고, 누군가에게는 자기들을 대변해주는 멋진 리더고, 우리 엄마에게는 능력은 없지만 항상 밝게 살아왔던 남편이다. 그런 분을 폭력 시위꾼 하나로 타이틀을 만들어놓고 죽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찰에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백민주화) 우리 아빠가 이렇게 된 거에 대해서 분명히 사과를 받고 싶고 책임자가 누군지 밝혀내고 싶다. 법적으로 책임을 가리고 관련자들이 처벌 받았으면 좋겠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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