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故 이맹희 유족, "숨겨진 채무 상속 안받겠다"..법원에 한정승인 신청

이광호 2015. 11. 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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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재산과 채무 중 어느 쪽이 더 큰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단, 안전장치 차원
고 이맹희 CJ그룹 명에회장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유족들이 '한정승인'을 신청했다.

25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고인의 유족이 최근 고인의 우발상속채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법원에 한정승인 신청서를 접수했다.

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상속에 의해 얻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 및 유증을 변제하는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의 법적 절차다.

법원이 한정승인을 받아들이면 피상속인의 채무를 상속재산으로만 청산하며 상속재산이 부족해도 상속인은 자기재산으로 변제할 의무가 없어진다.

즉 물려받은 재산이 1억원이고, 한정승인 후 2억원의 빚이 드러나도 1억원 한도에서만 갚으면 되는 셈이다.

재계는 한정승인을 신청한 것과 관련, 유족이 고인의 재산과 채무 중 어느 쪽이 더 큰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인은 삼성 창업주인 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이지만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 이후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

이후 제일비료를 설립해 자존심 회복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실패했고, 1980년대부터는 줄곧 해외와 지방을 오가며 은둔생활을 했다.

실제 고인은 회상록(回想錄) '묻어둔 이야기'를 통해 창업주 비서실장인 소병해씨가 어느 날 '이맹희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을 듣고 "아버님이 날 버렸구나"라는 생각에 전국을 도피ㆍ유람하고 사냥과 골프를 즐기며 해외도 자주 들락거렸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유산분할 청구소송을 신청하면서 171억원대의 인지대 비용을 한꺼번에 지불, 자금 출처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숨겨놓은 재산이 있거나 고인이 주변 지인으로부터 인지대를 빌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재계 관계자는 "고인이 삼성가(家) 후계구도에서 완전 밀려나며 대부분의 상속도 부인인 손복남 여사와 아들인 이 회장에게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별다른 직업 없이 수십 년을 가족들의 손을 빌려 생활해 큰 재산이 없던 고인이 171억원의 인지대를 한꺼번에 마련한 점을 감안, 안전장치 차원에서 한정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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