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 권하는 사회" 돈 욕심이 만들어낸 지하경제 활성화

김동우 기자 2015. 11. 2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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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가 활성화되다 못해 폭발 수준.. 무고한 피해자는 속출
사진=소라넷 사이트 캡처
사진=성매매 구인 사이트 캡처
사진=성매매 구인 사이트 캡처

# 사례 1.

“소라넷에 네 영상이 올라왔어, 어떻게 된거니?”

A씨(29)는 어느 날 눈을 뜨고 깜짝 놀랐다. 안부를 묻는 카카오톡 문자와 부재중 전화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휴대폰에 담긴 여자친구와의 성행위 영상이 소라넷 등 SNS로 퍼진 후였다. 하루에만 안부를 묻는 100여통의 연락이 왔다.

# 사례 2.

사회적으로 촉망 받는 전문직 남성과의 관계. 그 영상이 인터넷과 SNS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그녀는 풍기 문란 등 갖은 이유를 든 회사의 권고에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만은 회사를 여전히 다니고 있다. 그녀는 “연락이 두절됐다” “자살했다”는 소문만을 남겼다.

# 사례 3.

“성형 업계를 왜 건드려? 룸(윤락업소의 일종) 비용 비싸지는 거 몰라?”

서울 강남은 돈 마를 틈이 없다. 강남역 인근에 발생하는 서비스업 매출액 중 성형외과는 38.6%를 차지한다. 강남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직선거리 100m 안의 성형외과는 50여개. 휘황찬란한 성형외과 건물들 틈새로 난 골목길에는 성매매 업소가 즐비하다.

성매매 업자들은 집단 윤락촌을 향한 단속을 피해 강남 일대의 오피스텔과 호텔 등으로 흘러들었다. 성매매와 연계하지 않고선 오피스텔의 빈방을 처분할 수가 없을 정도다.

경찰이 소라넷을 수사한다. 소라넷은 불법음란물 유통과 여성에 대한 몰카 영상, 성매매 정보 등이 공유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소라넷 폐쇄를 요구하는 인터넷 서명은 7만 여명을 넘어섰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수사에 착수했다. 근원적 해결을 위해 서버가 있는 미국 측과 협의해 사이트 자체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이트가 폐쇄돼야한다는 점에 미국 측과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며 “사이트 폐쇄가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라넷의 폐쇄가 왜곡된 성매매와 인권침해라는 근원적인 고리를 쳐낼 수 없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유흥업소의 홍보 창구 역할을 할 사이트는 계속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라넷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제2의 소라넷, 제3의 소라넷이 생겨날 여지가 충분하다.

소라넷 등 성인사이트는 유흥업소의 홍보로 관리비를 조달한다. 음지로 흘러든 유흥업소는 인터넷을 제외하곤 홍보의 방법이 없다. 소라넷을 폐쇄해도 또 다른 소라넷이 유흥업소의 홍보창구로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흥업소의 성행은 일부 성형외과의 왜곡된 장삿속과 연계돼 있다. 유흥업소 구인책들은 ‘선성형 후근무’라는 조건으로 서울 강남의 룸싸롱이나 퇴폐 업소에 일할 것을 권한다. 성형을 시켜줄테니 돈을 벌어 갚으라는 소리다.

이들은 “하루 최고 70만원, 월평균 1500만원의 수입을 보장한다”며 순진한 여성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안면윤곽, 물방울가슴수술, 눈·코 수술, 지방이식 수술, 양악 수술 등을 위해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하고 이를 유흥업소에서 벌어서 갚으라는 조건이다.

서울 중랑경찰서가 지난 3월 미성년자 등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시킨 업자 1명을 구속하며 그가 5개월 동안 벌어들였다고 발표한 금액은 확인된 것만 4100만원이었다. 그의 밑에서 미성년자인 A양(17)은 회당 15만원에 성매매를 했다.

정부가 통제를 포기한 지하경제에선 끊임없이 돈이 창출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표방한 ‘지하경제 활성화’라는 구호는 허탕이 아니다. 성인 사이트들은 이 시장의 유일한 홍보 창구로서 이윤을 창출했다. 또 강남구 성형외과의 91.9%가 건강보험 급여청구를 한 건도 하지 않으며 강남구 전체의 지하경제 활성화에 한몫했다. 전체 성형외과의원 73.7%를 훨씬 상회한다.

성형과 윤락업을 연계하는 한 구인 사이트는 2006년 설립됐다. 소라넷은 1999년 설립됐다. 누군가 나서 의지를 갖고 구조 전체를 변혁시키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지속될 거다. 소라넷에 대한 문제는 16년 전에도 제기됐다. 최근에도 소라넷엔 “잠자고 있는 여자친구”라며 누군가의 인격을 침해하는 사진 몇 장이 올라왔다고 전해진다. 올해 폐쇄된다면 16년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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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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