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의 독단 통치.."내가 벽을 문이라 하면 열고 들어가라"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공포통치로 인해 북한 간부들 사이에 회의감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25일 제기됐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6일 '김정은 정권 4년 평가와 남북관계 전망' 학술회의에 앞서 이날 배포한 발제문을 통해 "공포통치의 장기화로 김정은과 지배층간 '운명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핵심측근들은 숙청·처형에 대한 불안감으로 김정은에게 조언을 기피하고 맹종하고 있다"며 "실무간부들은 생존을 위한 책임회피와 허위보고를 일삼는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감으로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해외파견 간부들은 이탈을 감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특히 김 제1비서의 독단적 통치 방식을 대표하는 발언 두가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발제문에 따르면 김 제1비서는 지난해 4월 간부들을 상대로 "내가 하나를 하라고 하면 열을 하고 싶어도 하나만 할 것"을 지시한데 이어 올해 1월에는 "내가 벽을 문이라고 하면 열고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또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고위 간부들의 '맹종' 사례도 소개했는데 황 총정치국장은 최근 군에 '알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노래를 보급해 김 제1비서에 대한 맹종분위기를 조성했다.
'알았습니다'는 김 제1비서의 지시에는 무엇이든 따라야 한다는 내용으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월 "인민군대 지휘관들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 당의 결정 지시에 오직 '알았습니다'라는 대답밖에 모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또 "김정은 집권 후 처형된 간부는 100여명에 이른다"며 "선대 시절의 처형이 정치적, 정책적 이유였는데 비해 김정은은 개인적 감정에 근거한 숙청과 처형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일부 고위 간부들은 불안감에 고위직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한다는 것이 이 수석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같은 '김정은식 공포통치'는 김 제1비서에게 부족한 '후계자 수업' 때문이라고 이 수석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은 후계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선대들과 달리 간부들의 성향을 잘 모를 수밖에 없고 그만큼 불안감도 클 것"이라며 "3대 세습 후계자로 그간 누구한테도 바른말과 쓴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는 점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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