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축구를 모르고 상식 벗어난 경남FC의 뒤로 가는 혁신

임성일 기자 입력 2015. 11. 25. 10:51 수정 2015. 11. 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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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26명 운영 결정, 승강제 폐지 주장
경남FC가 선수단을 단 26명으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목표는 클래식 승격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상식을 벗어난 경남FC의 행보가 축구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현재 감독의 지휘봉을 빼앗은 구단은 더더욱 성적이 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들면서 '혁신적인 방안'이라 주장하고 있다. 축구가 기본적으로 몇 명이 하는 스포츠인지 알고는 있을까 답답해하는 관계자들이 많다.

11월 중순 내부적으로 '구단운영 비전 및 혁신방안'을 만들었던 경남FC가 지난 23일 이 내용을 발표했다. 일단 박성화 감독을 해임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았으나 성적부진을 이유로 경질했다.

10승13무17패 승점 43점에 그친 경남FC는 K리그 챌린지 11개 참가팀 중 9위에 그쳤다. 당장 2014년 1부에서 뛰었던 경남으로서는 실망스러운 성적이 아닐 수 없고 박 감독 역시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록이다.

하지만 10골 이상 넣으면 5000만원의 추가수당을 지급해야하는 외국인 공격수 스토야노비치를 대표이사의 지시로 출전시키지 않는 등 성적을 내기 어려운 조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이 다소 달라졌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우리들도 기사를 통해 스토야노비치가 뛰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됐다. 정말로 9호골을 넣었던 10월초 이후로는 이유 없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토야노비치가 출전하지 않았던 시즌 막판 경남은 7경기에서 1승4무2패에 그쳤다. 이중 3경기가 무득점이었다. 골잡이가 있었다면, 그래도 더 좋은 성적이 가능했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코칭스태프를 물갈이한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내년은 상황이 또 암울하다. 과연 성적을 내고자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운영 방안이 나왔다.

경남FC의 박치근 대표이사는 내년부터 선수단을 26명으로 꾸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국인 선수는 단 1명도 없이 국내선수들로만 팀을 꾸리겠다고 못 박았다. 올해 36명에서 무려 10명이나 줄어든다. 프로축구연맹에 등록된 K리그 챌린지 팀의 평균인원은 32명이다. 연간예산도 7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줄일 방침이다. 결국 선수단의 양과 질을 모두 줄이겠다는 뜻이다.

혁신안에는 선수선발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선수선발의 전문성과 합리성을 높이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율경쟁, 기량향상, 평가관리→베스트 11 경기출전'이라는 내용에서는 선수선발위원회가 선수의 출전을 결정하는 권한에도 개입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꼭두각시 감독이 필요한 것인지 잘 모를 일이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11명이 있어야 가능한 스포츠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숫자다. 정규리그 1경기 출전명단에는 팀 당 17명을 기재하게 된다. 교체선수도 있어야하고 부상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자체 청백전을 하려 해도 22명이 필요하다. 결국 골키퍼 3~4명이 포함된 26명이라는 인원 규모는 축구라는 스포츠가 정말 11명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계산이다.

박성화 감독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26명이면 훈련 효율도 높이고 물론 운영비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상자가 없고 기량이 뛰어난 26명으로 구성됐을 때의 이야기다. 그렇지 않으면 힘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한쪽만 바라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축구에 대한 무지함은 어렵사리 정착되고 있는 '승강제' 거부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경남의 혁신방안에는 '한국 프로축구 발전을 위한 대안제시'라는 내용도 들어있다. 쉽게 말하면 승강제 없애고 1-2부를 통합 운영하자는 주장이다. 챌린지에서 뛰면 이런저런 손해가 많고 그 손해는 구단이 받게 되니 그냥 다 같이 뛰자는 말이다.

한 프로축구 관계자는 "승강제는 한국 프로축구의 숙원사업이었다. 지금의 틀을 만들기 위해 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고 시행착오를 겪었는가. 그런데 2부가 싫으니 합치자고 말하고 있다. 기가 막히다"면서 "어떻게든 1부리그로 올라가기 위해 간절하게 노력하는 모든 챌린지 팀들의 노력을 바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혁신이란 기존의 묵은 것들을 새롭게 바꿔서 결국은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축구를 모르고 상식에서 벗어난 경남FC의 혁신방안은 그저 뒤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박치근 대표이사는 "내년에는 클래식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앞뒤가 맞지 않은 것들이 참 많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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