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은 '주장' 지소연에게서 박지성을 봤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5. 11. 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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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파주=이재호 기자] 2008년 10월. 우즈베키스탄과의 A매치를 앞두고 있던 남자 A대표팀에 큰 고민이 떠안겨졌다. '캡틴' 김남일이 경고누적으로 소집되지 못하면서 그 공백을 메울 주장이 필요했던 것.

당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의견을 물어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그러나 박지성은 원하지 않았다. 자서전 '박지성-마이스토리'에 따르면 초등학교 시절 주장을 맡았을 때 주장 역할이 워낙 힘든 것을 알았기에 이후 주장 맡기를 꺼렸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솔직히 주장을 맡고 싶지 않았다. 주장 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게 좀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라고 했을 정도.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세계 최고의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이 주장을 맡는다면 선수단 내에서도 우러러 보는 존재인 그를 선수들이 쉽게 따를 것이라고 봤던 것. 박지성의 성격은 '일반적인 주장의 성격'은 아니지만 솔선수범한 '조용한 리더십'은 분명 통할 것이라 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날 이후 박지성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때는 언제나 왼팔에 주장 완장이 있었고 박지성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주장으로서 한국축구 최초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내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왼쪽부터 박지성, 윤덕여 감독, 지소연. 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DB

그리고 세월은 7년을 훌쩍 뛰어넘어 2015년 11월.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A대표팀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주장 조소현이 컨디션 저하로 소집되지 못하자 윤덕여 감독은 소집과 동시에 지소연을 불러 주장을 제의한 것.

윤덕여 감독의 의중은 확실했다. 아직 대표팀은 젊고 이번 대표팀에도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있는데 이 선수들은 물론 기존의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지소연이라는 이름은 '우상 같은 존재'이기 때문.

축구종가에서 '더블(리그-FA컵 우승)'을 달성하고 MVP를 거머쥐며 전 유럽의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여자축구선수임은 물론 24일에는 '2015 여성스포츠대상'까지 받았다.

당연히 선수단에서도 지소연을 우러러보는 분위기가 있다. 윤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음을 지소연에게서 봤다. 이미 한국 여자 A매치 역사상 최다득점자인 지소연의 경험은 모든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것으로 봤다. 그렇다. 마치 허정무 감독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우상'이었던 박지성을 주장에게 안긴 것과 같은 이치다. 윤덕여 감독은 이같은 의중이 있음을 인정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언론매체에서도 관심이 크다. 박지성을 주장을 맡은 이후 대표팀 주장의 중요도에 대한 관심은 훨씬 커졌고, 심지어 박지성의 은퇴 후에도 '캡틴 박'으로 국민들은 기억할 정도였다. 이번 역시 지소연이 주장으로 선임되자 언론에서는 이 소식을 크게 보도하며 많은 관심을 가졌고 여자대표팀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커졌다.

선수단 내에서 평가도 좋다. 물론 지소연이 주장을 맡은 지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년배이면서도(1991년생) 일명 '빠른년생'으로 인해 동생이자 후배로 여겨지고 있는 이민아(인천현대제철)는 "17세 대표팀 때도 같은 팀에서 활약할 때 소연 언니가 주장을 했었다. 본인은 주장에 맞지 않다고 하시지만 겸손하게 표현하신 듯하다"라며 웃었다.

선배이자 세살 언니인 전가을(인천현대제철)도 "어릴 때부터 봤는데 어릴 때는 정말 귀엽기만 한 선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언니들이 하지 못한 것들을 해내는 큰 선수다. 큰 무대에서 잘하고 있어 정말 자랑스럽다"며 "선배들과 함께 같이 해나간다면 큰 걱정이 없을 것이다. 중간에서 (지)소연이가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물론 지소연은 윤 감독에게 주장 제의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한숨을 푹 내쉬었다고 한다. 자신의 성격이 주장과는 맡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벌써 '주장' 지소연의 긍정적인 기운은 선수단 내에 퍼지고 있다.

지소연은 주장을 어려워했다. 하지만 박지성도 그랬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진다. 선수단 내에서도 '우러러보는 존재'라는 위상과 함께 '조용한 리더십'을 바라는 감독의 의중을 생각해보면 지소연에게 주장 완장은 결코 무겁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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