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도박] 삼성 도박 스캔들, 결국 찌라시만 남나

이석무 2015. 11. 2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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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결국 실체는 없고 찌라시만 남는 사건이 되는 것일까.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던 지난달 15일에 발칵 뒤집히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의 일부 선수들이 마카오에서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판돈은 무려 수십억원대. 심지어 조직폭력배까지 연계됐다고 했다. 당연히 사회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삼성은 결국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1선발’ 윤성환(34), ‘필승계투’ 안지만(32), ‘마무리’ 임창용(39)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핵심 투수 3명이 빠진 삼성은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게 완패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본격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모든 의혹이 명확하게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에서 흘러나오는 소문만 있을뿐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한술 더떠 ‘찌라시’라 불리는 증권가 사설 정보지 등을 통한 루머만 더 확산됐다. ‘삼성이 해당 선수들을 모두 임의탈퇴 시킬 예정이다’, ‘삼성 선수 외 다른 구단 선수들도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찌라시 루머에 해당 구단과 선수는 팔짝 뛰었다.

이번 도박 스캔들에서 ‘무죄추정원칙’, ‘피의사실 공표 금지’ 따위는 개나 줘버릴 용어가 됐다. 도박 혐의를 받는 선수는 사법당국의 조사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해명 조차 해보지 못한 채 여론재판을 통한 범법자가 됐다. 꼬리를 문 소문이 소문을 물고 확대 재생산됐고 프로야구판은 어느덧 도박꾼들이 판치는 곳으로 얼룩졌다.

삼성 구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혐의가 입증되면 그에 따라 조치를 하면 된다. 그런데 조사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구단 업무가 마비 상태에 놓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사가 장기화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의혹은 있지만 물증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이대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이미 난도질 당할 대로 당한 선수의 명예와 야구인생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일부에선 한때 연예계를 떨게 만들었던 ‘11월 괴담’이 프로야구판으로 옮겨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더이상의 억울한 피해자와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법당국의 명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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