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 오너 뺀 모든 걸 비용으로 인식..이래선 미래 없다"

이진호 기자 입력 2015. 11. 25.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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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석 서강대 지속가능기업 윤리연구소 소장

[머니투데이 이진호 기자] [[인터뷰] 박영석 서강대 지속가능기업 윤리연구소 소장]

박영석 서강대 지속가능기업 윤리연구센터장. /사진제공=서강대학교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이득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상식이라는 점에서 '윤리'가 경영의 뒷편으로 밀려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한국사회는 일부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 갑질 논란, CEO의 비상식적 행위 등으로 기업 윤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거대 다국적기업의 영향력 확대로 인해 "정부도 기업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윤리는 기업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박영석 서강대 지속가능기업 윤리연구소장(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은 "의사결정자는 물론,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배려'가 기업윤리의 시작"이라고 말을 꺼냈다.

서강대 지속가능기업 윤리연구소는 2013년 설립 이후 △윤리경영 이론 및 기업윤리 교육 커리큘럼 개발 △국내외 윤리경영 사례 발굴 △업종별 기업윤리 이슈 개발 등 기업윤리와 관련된 데이터 베이스 구축과 제언 등을 맡고 있는 싱크탱크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이기도 한 박 소장은 한국의 기업, 특히 재벌에 "윤리가 오히려 훗날에는 성장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메시지를 던졌다.

◇모든 이해관계자는 '가족' = 그는 결국 '착한 기업'이 더 큰 이윤을 낼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로 인해 소비자들의 눈이 항상 기업을 겨누고, 한 번의 잘못된 행위가 돌이킬 수 없는 반감을 불러오는 만큼 윤리경영이 기업 이윤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가 외국에서 한국기업 광고를 보고 마치 내 일처럼 반가워하는 만큼 기업들이 회사 구성원을 가족으로 생각할까요? 이제는 기업도 생각을 바꿔 모든 구성원을 '우리'라는 인식으로 대해야 합니다. 하청업자나 납품업체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를 공동체로 여기고 '룰'을 지키는 것부터 기업윤리는 시작됩니다."

박 소장은 우선 "계약조건을 정당하게 지키고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기업윤리의 기초를 설명했다. 고용과 계약 등 구성원에 대한 약속을 지킴으로써 기업은 결과적으로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비운 만큼 채운다"는 격언처럼 정직한 사람이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는 당연한 귀결이 기업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것이다.

◇윤리 성적표 마련돼야 = 그는 효과적인 기업윤리 정착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담은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 리포트 발간을 구체적 방법으로 제시했다. 세금은 얼마나 성실히 납부했는지, 경쟁 기업이나 해외 기업에 비해 품질관리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등 기업의 사회 기여를 공개하라는 주문이다. 박 소장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기업 성장의 열매를 얼마나 나눠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되짚었다. 말하자면 기업의 '윤리 고과'인 셈이다.

또 '주주의 이익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생각하는 회사'를 뜻하는 미국의 베네핏 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처럼 기업 윤리를 측정할 수 있는 공식 인증제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단지 생산품으로만 기업을 평가했던 이들도 윤리 지표들을 통해 기업을 다시 바라볼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박 소장에게 10년 뒤 사랑받을 기업의 모습을 물었다. 그는 앞서 말한 인증제도처럼 "결국 기업 활동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회적인 기여를 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종합성적표'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고용 창출에 집중할 때 그 기업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갈수록 팍팍해지는 사회에서, 일자리 제공이 1차적인 사회 기여가 될 것이란 뜻이다.

"현재까지의 한국기업, 특히 재벌기업들은 오너를 제외한 모든 이해관계자를 '비용'으로 여겼습니다. 이제는 이들을 대주주에 버금가는 구성원으로 대접해주는 게 바람직한 모습일 테지요. 윤리적인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이 늘 것이라고 봅니다. 또 근로자의 가치를 높이 평가할 때 기업의 가치도 상승할 것입니다."

박영석 소장은 지난 겨울 대한항공에서 불거진 '땅콩 회항'을 기업 윤리의 변곡점으로 꼽았다. "큰 역할을 했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는 "근로자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시민사회의 우호적인 시선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기업윤리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을 의심치 않았다.

이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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