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테러 공범이 등 뒤서 칼 꽂았다".. 터키에 보복 경고

파리/이성훈 특파원 2015. 11. 2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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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투기 격추 파문] 러 "터키 영공 안 넘어갔다" 터키 "러, 10차례 경고 무시" 나토 회원국의 러機 격추는 1953년 이후 처음 있는 일 긴급회의 소집해 대응 논의

24일(현지 시각) 터키와 시리아 접경 지역을 비행 중이던 러시아 전투기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에 의해 격추됐다. 블룸버그통신은 "NATO 회원국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것은 1953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 9월부터 시리아 내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반군에 대한 공습을 계속해 왔다.

터키 정부는 "터키군 소속 F-16 전투기 2대가 남부 영공을 침범한 전투기에 5분 동안 10차례 경고했으나, 이를 무시함에 따라 공격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격추된) 수호이(Su)-24 전투기는 시리아 상공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지대공미사일 공격을 받고 추락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러시아 조종사 2명은 피격 직후 탈출을 시도했다. 러시아는 피격 현장에 헬기를 보내 조종사 수색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현지 시리아 반군 등은 "조종사 2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긴급 TV 연설에서 "이번 사건은 테러리스트의 공범(터키)이 등 뒤에서 칼을 꽂은 행위"라며 "터키는 NATO가 IS의 편에 서는 것을 원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푸틴은 또 "진상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이번 비극이 러시아와 터키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 수니파가 다수인 터키는 시아파인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적대적이다. 반면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서방도 긴박하게 대응하고 있다. NATO는 터키의 요청에 따라 이날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은 우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즉각 내놓았다.

이번 충돌은 좁은 시리아 영공에서 서방과 러시아가 제각각 군사작전을 펼칠 때부터 예고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추락한 러시아 전투기는 투르크멘족(族)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를 공습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지금까지 러시아 전투기가 작전 중 자국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해 수차례 항의했다. 미국 공군도 현재 터키 남부 공군기지에 주둔해 있다. 러시아 전투기의 영공 침범에 터키와 서방 모두 민감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연합군과 러시아는 군사작전에 대한 정보를 거의 공유하지 않았고, 양측 전투기가 근접 비행하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연출됐다. 또 터키로선 민족·언어적으로 같은 뿌리인 '형제 민족' 투르크멘족이 공격받는 것뿐 아니라, 이로 인해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하는 것도 불만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공습 과정에서 서방과 러시아 간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외교적 갈등도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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