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파리 공격, 9·11테러처럼 터닝포인트될 것"(종합)
아랍연맹 간부 "상당한 사회정치적 변화일 것"…英칼럼니스트 "佛 충동대응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지난 13일 발생한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가 '유럽판 9·11'에 해당할 정도의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프랑스의 충동적 대응이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의 이브라힘 모히엘딘 유럽 부장은 24일 이집트 명문 카이로아메리칸대학(AUC) 신문 '카라반'과 인터뷰에서 "파리에서 발생한 일은 2001년 미국에서 벌어진 9·11과 같은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IS 추종 세력이 파리의 공연장과 식당, 축구장 등 이른바 '소프트 타깃'을 노린 점에 주목하며 "이번 공격은 IS가 유럽인의 삶에 전쟁을 개시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번 공격 이후 프랑스에서 상당한 사회적·정치적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하고 "현 상황에 맞게 헌법 개정이 추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파리 테러 이후 즉흥적 군사 대응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국 칼럼니스트 피터 오본은 이집트 주간지 알아흐람위클리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파리 테러 이후 "어떤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은 일리가 있고 이해할만하다"라면서도 "그러나 최근의 역사는 그러한 충동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9·11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그러한 사례로 제시하며 "우리는 이제 미국이 잘못된 방식으로 9·11에 대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신보수주의 보좌관들이 최고의 기회라고 여겼을 때 이라크를 침공했다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없었다면 IS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IS의 프랑스 지부가 이라크 내 수니파와 시아파를 분리하려는 지하디스트들과 같은 방식의 전술을 쓰고 있다며 IS 조직은 프랑스 무슬림을 그 나라 사람들로부터 소외시키려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충동적 대응은 IS의 전술에 말려들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면서 침착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시리아 내전 개입이 이번 파리 테러를 자초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숀 맥마흔 AUC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파리 테러를 시리아의 현 상황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고 카라반에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파리 공격은 "중동 내 과도한 제국주의의 결과에 따른 역류(blow back)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파리 테러 이후 "(유럽과 중동을 다르게 바라보는) 분명한 이중 잣대를 목격할 수 있었다"며 "파리 테러 하루 전날 레바논 베이루트에서도 (IS 세력의) 자살 폭탄 공격이 있었지만 그 사건은 파리만큼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인과 레바논인의 목숨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니파 무장조직 IS의 연쇄 테러로 목숨을 잃은 프랑스인 129명을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위로와 애도, 관심이 쏟아졌지만, 레바논과 이라크, 시리아, 예멘에서 숨진 이들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카라반은 전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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