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마지막 환자 위중..병원 "연명치료 중단" 제시했으나 가족은 "거절"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 2015. 11. 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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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측 "병원이 가망없다며 심폐소생술 거부동의서에 서명하도록 종용" "감염력 없다면서 격리 유지로 제때 치료 못받아..환자 기본권도 무시" 병원측 "속상한 상황 이해..쉽지 않은 상황, 지켜보는 단계"
서울대병원.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 = 메르스 마지막 환자인 80번 환자(35·남)의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측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거절했다는 게 환자 보호자측 설명이다.

환자 부인 배씨는 서울대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이 환자에 대해 감염력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음압병실 격리를 취하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이러한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병원측이 보호자에 CT나 MRI, PET-CT 검사를 약속했지만 CT검사를 제외하곤 결국 이행되지 않았다.

24일 지금까지 전 상황을 함께해 온 80번 환자와 부인 배씨의 대학 후배 김씨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자 보호자가 주치의와 면담에서 ‘앞으로 가망이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의료진이 연명치료 중단을 제시했지만 보호자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부인 배씨는 방호복을 입고 계속해서 80번 환자 옆을 지키고 있는 상태다.

또한 “보호자는 응급상황 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DNR)를 마지못해 작성했다. 하지만 실제 응급상황발생 시에는 보호자에 다시 확인을 해야 하고 심폐소생술을 할 수는 있다”고 전했다.

80번 환자는 지난 10월 3일 퇴원한 뒤 같은 달 11일 다시 메르스 양성판정을 받고 서울대병원 음압격리실에 입원했다. 이 환자는 당일 새벽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다시 서울대병원에 이송됐다. 서울대병원에 재격리되기 직전, 삼성서울병원을 찾게 한 발열 등의 증상은 기저질환 림프종 때문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따라서 기저질환 림프종 집중치료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당국이 감염력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격리실에 있다 보니 정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앞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80번 환자 부인 배씨의 설명이었다.

그 동안 영상검사나 골수이식에 대한 치료일정에 대해 논의가 없던 병원도 결국 11월 중순 처음으로 보호자에 미팅을 제안했다. 앞으로 낮에 80번 환자에 대한 전담인력을 배치시키고 필요한 CT나 MRI, PER-CT 등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CT 검사만 이뤄지고 MRI와 PET-CT는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여전히 격리상태이기 때문에 제한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통 CT는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되는 검사다. MRI의 경우 쉽게 말해 종양의 잠식정도를 확인할 수 있고 PET-CT는 종양이 어느 부위에 밀집돼 있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전체적인 검사를 받아야 더 면밀한 상태 확인이 가능하다.

가까스로 진행한 CT검사에서 부분적으로 암세포가 사라져 다음 치료를 할 수 있는 ‘부분관해’ 판정이 나왔다. 그러면서 21일 처음 방사선치료가 이뤄졌다. 80번 환자의 경우 보통 환자들보다 더 많은 방사선 치료 선량을 맞았다.

하지만 22일부터 그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두 번째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려 했으나 환자의 호흡수가 증가(정상인 분당 20회, 80번 환자 분당 40~50회)하고 혈소판(피를 멈추게 하는 역할) 수치 저하로 객혈 증상까지 나왔다. 간수치 역시 증가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기존에 계획했던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술은 취소됐다.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술은 사실상 80번 환자 최후의 수술법이 된다.

23일에도 호흡수 증가상태는 이어졌고 폐렴증상이 지속돼 항생제가 투여됐다. 혈변 증상도 보였지만 응급처치를 받아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이날 병원측은 오후 1시 보호자를 소집했다. 앞으로 가망이 없어 응급치료를 해도 승산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환자에게 이를 따로 말하지는 않았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주치의는 원하면 인공호흡 치료를 지속하나 큰 의미는 없다고 의견을 밝혔고, 혹시라도 간성혼수(간 기능 장애 환자에서 의식이 나빠지는 것)로 진행한다면 가망이 없을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러면서 심폐소생술 거부동의서에 서명을 하도록 종용했다”며 “환자는 호흡은 힘들어도 의식이 명료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환자에게는 어떠한 설명도 없이 보호자들에만 설명한 후 보호자가 서명하도록 했다”고 질타했다. 원칙적으로 환자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상황인 경우 환자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돼있는 사안을 어겼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엄연한 환자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자는 잠시 깨어났을 때 보호자에게 ‘나가지 말라’, ‘살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0월 11일 80번 환자의 재입원 당시,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은 죽은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 조각이 나왔다고 발표하면서 감염력은 없다고 했다. 이 환자와 접촉한 129명도 아무런 문제없이 전원 격리 해제됐다. 잠시 퇴원했던 9일 동안 함께 있었던 부인 배씨도 항체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이 80번 환자가 재입원한 다음날인 10월 12일 정부서울청사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News1

그럼에도 무슨 영문인지 80번 환자는 격리 상태가 지속됐다. 격리돼 있다 보니, 림프종 치료 과정에 필요한 MRI나 CT실 등에서의 검사도 제대로 못했다.

앞서 배씨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격리해제 기준조차 없었다. 앞서 모든 메르스 환자들은 48시간 기준으로 두 차례 음성판정을 받으면 퇴원했지만 남편만 24시간 기준으로 두 번 음성판정을 받고 퇴원했었다. 장기입원을 했었음에도 왜 다른 환자들보다 빠른 퇴원 기준을 적용했었는가”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배씨는 “국가는 당시 경제 타격이 있어 형식적인 격리해제를 단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전염력이 없다면서도 왜 격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인가. 정부로선 이제 격리해제 선택만으로도 대외적인 두려움이 있어 그러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배씨는 “지금 암환자인 남편은 반년 동안 명확하지 않은 메르스 치료를 받으며 항암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80번 환자는 (격리해제)가 논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염력이 없음에도 환자는 다시 감금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에서 확답을 주지 않아 격리를 유지했다고 했다”며 “복지부도 이게 세계 첫 사례라면 WHO와 논의해 격리해제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의 담당자는 배씨의 핸드폰 번호를 차단시키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보호자 입장에서 속상한 것은 알지만 감염가능성이 거의 없더라도 아직 양성과 음성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세계 처음이라고 하는데 WHO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필요한 항암치료 적극적으로 하면서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할 예정이다. 지금은 환자 상황이 안 좋아진 상황”이라며 “현재는 지켜보는 단계”라고 전했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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