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민폐' 어쩌나..책 넘기기·한숨 소리도 민원대상?

김슬기 2015. 11. 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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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도서관에서 수업 내용을 복기하고 필기 정리를 하던 4학년생 A(23·남)씨는 고민에 빠졌다. 잠시 휴게실에 다녀온 사이 A씨의 책상에는 한 장의 쪽지가 놓여있었기 때문. 쪽지를 남긴 익명의 학생은 '연필로 필기할 때 나는 소리가 너무 거슬린다'며 '공공장소인 도서관에서 예의를 지켜주세요'라고 꼬집었다. A씨는 "시끄럽게 떠든 것도 아니고 공책에 필기한 것뿐인데 어느 순간 '도서관 민폐남'이 됐다"며 당황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한 그는 결국 소리에 덜 민감한 카페에서 공부하기 위해 다시 짐을 챙겼다.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도서관 쪽지들.

대학생과 수험생들로 꽉찬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도서관 매너(예의)'의 범위에 대해 공방이 오가고 있다. '민폐 행동'은 시험 기간 대학 도서관이나 수험생이 많은 공립 도서관에서 종종 등장하는 단골주제다. 대표적으로 국립중앙도서관(그 소속도서관 포함) 이용규칙에 따르면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음식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 도서관 내 질서를 위반하는 행위 역시 제재 대상이다. 문제는 도서관 질서유지 위반을 어디까지 봐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24일 소셜미디어(SNS)에는 '도서관 매너녀'라는 이름의 사진 한 장이 공개됐다. 사진 속 쪽지에는 "다름이 아니라 오늘 기분이 안좋으신 지 한숨과 함께 분노의 지우개질과 박력 있는 책 넘기기 등 눈과 귀가 신경쓰인다"며 "조심스럽게나마 도서관 매너 부탁드립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정중한 어투로 도서관 내 매너를 요구하는 글이다. 논란이 된 내용은 그 매너를 지적한 부분이다. 한숨이나 지우개를 사용하는 것, 책장 넘기기 등은 민폐 행동이 아닌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소음인데 그것마저 예민하게 받아드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쪽지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이해는 가지만 이런 행동을 민폐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다수 도서관에서는 건물 내 음식물 섭취, 시끄럽게 잡담하는 행위나 도서관을 사석화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생활소음을 제재하는 도서관은 거의 없다.

대학생 김성수(22)씨는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자리에서 리포트를 작성하던 중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지나치다고 민원을 받은 적 있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큰 소리 대화를 제재하거나 냄새나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 등 기본 공공예절을 지켜달라는 요청은 이해되지만 공개 열람실에서 발생하는 생활소음까지 지적한 것은 과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대학 4학년인 임모씨는 "도서관 규정에 명시돼있지 않지만 혼자 쓰는 공간도 아니고 소음 행위는 더 조심하는 것이 낫다"며 "휴대폰 진동이 울리거나 '또각'같은 하이힐 구두소리, 기침 등은 심할 경우 다른 사람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질서유지'라고 명시한 부분은 도서관을 개인 용도로 사석화 하는 것이나 시끄럽게 떠드는 것과 같이 다른 이용자들의 불편을 유발하는 행위는 포함할 수 있지만 한숨이나 책 넘기기 등 세세한 불편사항을 내포한 의미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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