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직 프로심판 직격인터뷰 "썩은 물에서 같이 놀아야 살아남는게 현실"

윤태석 2015. 11. 24.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간스포츠 윤태석]
기사 이미지
"이너서클을 깨지 않으면 심판계는 정화될 수 없다."

전직 프로 심판의 쓴소리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안종복 전 경남FC 사장이 재임기간인 2013년과 2014년, 전·현직 프로 심판을 매수해 유리한 판정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수사 선상에 오른 5명의 심판 중 2명이 구속돼 축구계가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얼마 전까지 프로 심판으로 활동했던 A씨가 일간스포츠에 연락을 취해왔다.

그는 "난 이제 심판계를 떠난다"며 "양심적으로 열심히 하는 후배 심판들이 많은데 그들이 계속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간스포츠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A심판이 직접 보고 들은 내용만 추려 인터뷰 기사를 싣는다.

-처음 프로 심판이 된 게 언제인가.

"2005년이다. 프로에 오자마자 선배들에게 '정치를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진짜로 그렇더라. 위원장(심판위원장)에게 잘 비빈(아부한) 사람은 점수(평가 점수)가 잘 나오고…. 위원장 동선만 따라다니는 심판도 많다. 위원장이 지방에 가서 술 마시면 심판들이 줄줄이 와서 계산한다. 그런 심판들이 배정을 잘 받는다. 선배들은 나에게도 '저렇게 해야 성공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렇게 못 하겠더라."

A심판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심판이다. 작년 FA컵 결승에 투입됐고 올 1월 호주 아시안컵 때도 심판으로 배정됐다가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시행 중인 '월드컵 심판 퓨처 트리오'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한국 심판들을 보내겠다는 계획으로 협회가 작년 말부터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젝트다. 동일 언어권의 주심 1명과 부심 2명을 한 팀으로 구성해 대회 배정을 실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적정 연령과 평가점수, 체력, 외국어 구사능력 등을 종합해 2개조의 심판 6명(주심2, 부심4)을 선발했는데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최고 실력자지만 정작 K리그에서는 작년과 올 여름까지 주로 챌린지(2부 리그)에 배정됐다. 그마저도 올 여름 중간 평가에서 점수가 낮아 프로 심판에서 중도 탈락했다.

-이번에 프로 심판에서 떨어졌다고 들었다.

"2005년에 프로 심판을 시작해 이번까지 모두 네 번 중도 탈락했다. 맨 처음에는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고 들었다. '아직 어리니 밑(실업 등)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라'고 했다. 두 번째, 세 번째 탈락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결정적인 오심을 한 적이 있다. 깨끗하게 수용했다. 내 오심으로 피해를 본 팀이 있으니 책임지는 게 맞다. 이번이 네 번째 탈락이다. 내 점수가 가장 낮다고 하더라. 실력이 없어서 잘린 거라면 할 수 없는 거지만 난 올해 징계도 한 번 안 받았다. 큰 오심을 저질러 징계받은 심판들도 살아남았는데…. 이번에 내가 프로에서 떨어지자 협회에서도 문제가 있다면서 프로연맹 결정을 재고(再考)해야 한다고 하더니 결국 수용됐다. 협회는 실업 경기에 일단 배정하면서 '앞으로 프로에 또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거절하고 은퇴하겠다고 했다. 지난 8월 이후 국내 경기는 배정을 안 받았고 국제 심판도 내년부터 안 한다. 난 지난 11년 동안 국제 심판을 했다. 국제 심판을 명예라 생각했지 돈을 벌려는 직업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심판하면서 돈 10원 한 푼 받은 적 없고 양심을 판 적도 없다. 명예롭게 물러나겠다."

-심판을 하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던 일이 있나.

"몇 년 전이다. 대전에서 프로 심판 체력 훈련이 있었다. 훈련 다 끝나고 당시 위원장이 우리를 앉혀놓고 '모두 눈을 감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판을 하며 지도자에게 연락을 한 번도 못 받아본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나는 손을 들었다. 잠시 뒤 눈을 뜨라고 해서 보니 나와 다른 선배 두 명만 손을 들고 있었다. 다른 심판들이 감독들에게 평소 연락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연락을 안 받았지만 손을 안 든 것인지는 모르겠다. 황당한 건 위원장의 말이었다. (손을 든) 우리 둘을 보며 '너희는 그래서 심판을 못 본다고 하는 거야'라고 하더라.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프로 심판을 하며 위원장으로부터 특정 경기를 잘 봐달라는 언질 혹은 압력은 받은 적이 있나.

"하하. 그런 적은 없다. 예전 아마추어 심판 시절 모 감독이 나에게 돈을 준 적이 있는데 그 봉투를 던지고 왔다. 그 일이 소문 나서 누구도 나에게 부탁을 안 한다. 나는 그들의 라인이 아니다. 씨알도 안 먹히는 나에게 지시를 하겠나."

기사 이미지
-그 라인의 실체가 뭔가.

"심판고위직과 친한 특정 몇몇 심판들이다. 안타까운 건 일부 잘못된 심판들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면서 처음에 깨끗했던 심판들도 물이 들 수밖에 없다는 거다. 생각해보라. 이제 막 프로에 들어온 심판들이 장난을 치겠나.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그 물(라인)에 들어가야 한다. 그 물에서 끼리끼리 노는 심판들이 결국 다 좌지우지한다. 거기에 포함이 안 되면 배정도 못 받고 심판으로 클 수가 없다. 썩은 물에서 같이 안 놀면 맑은 물도 못 살아남는 거다."

-심판계에 이너서클(Inner circle·소수의 핵심 권력 집단)이 있다는 건가.

"맞다. 이런 일도 있다. 프로연맹은 심판 배정을 한 뒤 해당 심판끼리도 서로 모르게 하지 않나.(프로연맹은 경기 전날 심판위원장이 해당 경기에 배정된 심판에게 일대일로 문자를 보냄. 같은 경기에 배정된 심판끼리도 서로 모르게 하는 것이 원칙) 그런데 작년에 내가 어느 지방 경기에 배정이 돼서 가는데 같은 경기에 배정된 선배 심판에게 '야. 임마 너는 내려오면서 형님한테 전화도 안 하냐'고 전화가 왔다. 그 심판은 위원장의 오른팔이라는 말이 파다했다. 이게 뭔가. 위원장이 그 심판에게는 배정을 다 알려준 것 아닌가. 프로 심판들끼리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 경기 전날 심판들이 '태화강 물 좋네' '동해바다 오니 시원하네' 이런 글들을 올린다. 자신이 울산(태화강)이나 강원(동해바다) 경기에 배정받았다는 걸 스스럼 없이 공유한다. 코미디같은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이너서클을 깨지 않으면 심판계는 정화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심판도 잘못이지만 심판들을 이용하는 사람(구단이나 감독), 그리고 심판들에게 돈이나 접대를 받은 사람(심판 고위직들)은 더 큰 문제 아니냐. 지금 축구계는 이 문제를 살짝 덮어버리고 어떻게든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하겠지만 그러면 답이 없다. 몇 년 뒤 또 똑 같은 문제가 생길 거다. 이참에 확실히 뿌리를 뽑아야 한다. 심판뿐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박병호, 조만간 미네소타행 “빨리 보고 싶어한다”

롯데, 손아섭 포스팅 수락 여부 '24일 발표’ 어려운 이유

[현장에서] 손흥민 “나는 항상 만족하는 순간이 없다”

전주성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를 들어보았는가

[화보] 치어리더의 화끈한 댄스, 코트 후끈!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