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단감·토마토.."대풍년인데 안 팔려, 그냥 버리는 농가도"

우고운 기자 2015. 11. 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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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과일·과채가 대풍년을 맞았다. 상품성이 좋은 사과와 단감, 토마토 등이 쏟아지고 있지만, 먹는 사람이 적어 값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산지 폐기에 나설 정도로 경영난이 극심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주요 농산물 주간거래동향’을 보면 지난 16일 기준 토마토와 후지 사과의 도매가격은 평년 대비 25~35% 큰 폭으로 떨어졌다. 토마토 10㎏(상품) 가격은 1만4726원으로 평년 대비 35.7% 내렸다.

토마토 중에서는 원형 방울 토마토가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값이 내려갔다. 10월 원형 방울토마토 5㎏ 평균 도매가격은 6400원으로 지난해보다 42% 하락했다. 16일 기준 일반 토마토 소매가격은 1㎏이 3381원으로 평년 대비 34.6% 하락했다.

같은 기간 후지 사과 10㎏(상품) 도매가격은 2만1003원으로 평년대비 25.7% 하락했다. 10월 가락시장에서 단감 10㎏(상품) 도매 가격은 1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19% 낮았다.

사과와 단감, 토마토는 대체로 올해 생육상황이 전반적으로 양호해 수확량이 늘었다. 올 한해 예년보다 큰 태풍이나 병해충 없이 일조량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경기 악화로 인한 소비 침체가 이어지면서 값이 대폭 내려가고 있다. 잇단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자몽과 망고, 체리, 블루베리 등 수입과일 값이 싸지면서 국산 과일이 밀리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사과 전체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0%, 후지 사과의 경우 14%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제때 팔리지 않는 사과가 늘면서 다음달부터 내년 7월까지 사과 저장량은 지난해보다 1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사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경북 지역은 비상이 걸렸다.

일반 토마토는 주산지인 강원 철원의 기상 여건이 호조를 보이면서 생산량이 늘었다. 원형 방울 토마토는 강원 춘천과 경기 평택에서 출하가 이어지면서 수확량이 증가했다. 원형 방울 토마토가 대추형 방울 토마토보다 값이 덜 내려가면서 대추형에서 원형 방울토마토로 품종을 전환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단감은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사과나 포도, 토마토 등 대체과일 가격이 낮게 책정되면서 소비가 줄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단감 생산량은 18만톤으로 지난해보다 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단감 성목(成木) 면적이 지난해보다 4% 줄고 단수도 3%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내 단감 최대산지인 경상남도는 감 가격이 지난해보다 19% 떨어졌다.

늘어나는 생산량에도 시세가 계속 떨어지자 수확한 과일·과채를 산지 폐기하는 농가도 나타나고 있다. 토마토 주산지인 전북 장수에서는 지난 13일 재배한 토마토를 산지 폐기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농가 스스로 토마토 출하를 조절해 가격을 안정시키자는 취지다. 토마토 농가 관계자는 “수입과일 증가와 지속된 경기 악화로 인한 소비 부진으로 토마토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며 “제값을 받지 못하는 농가들이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에 직접 재배한 토마토를 땅에 묻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대형마트에서는 경영난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과일·과채 소비 촉진 행사에 돌입했다. 롯데마트는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사과와 감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경북 사과(2.5㎏)를 6900원에, 경남 감(3㎏)을 3900원에 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는 과수 농가를 돕기 위해 지난해보다 2배 많은 행사 물량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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