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S 서거> 이회창 "'음수사원'..민주화에 큰 족적"(종합)
"왜 민주주의 됐는지 생각할 필요 있다…공 잊어선 안돼"
"일생을 풍미한 양반…'클린턴 내가 눌러줬다' 기싸움 자랑"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박수윤 기자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3일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대해 "정말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기셨다"면서 애도의 뜻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평가한 뒤 "(김 전 대통령의) 호(號)인 거산(巨山)만큼 거대한 산이셨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곡절이 있지만 역사에 남는 거대한 산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조문에 앞서 빈소 방명록에 남긴 사자성어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언급한 뒤 "물을 마시면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뜻"이라며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생활화돼서 (물처럼) 공기처럼 민주주의의 존재나 족적을 잊기 쉬운데, 김 전 대통령과 같이 역할을 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분의 서거를 듣고 와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기여하신 공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하도 세상이 좋아져서 잘 못 느낀다. 이 양반이 이렇게 서거하시니까 왜 민주주의가 됐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헌화·분향한 뒤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과 함께 고인의 생전 추억을 되새겼다.
그는 "하여튼 참 일생을 풍미한 양반이다. 일생을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사신 양반 아니냐"며 과거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자랑'했던 외국 정상들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참 기억나는 게 (고인이) 외국 원수(정상)들, 특히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오면 기싸움한 얘기를 아주 자랑스럽게 말씀하시곤 했다"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내가 꽉 줄러줬다'라고 하셨다"고 웃었다.
이 전 총재는 조문 중에 자신이 정계에 입문시킨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이종훈 의원 등이 들어오자 반갑게 악수했으며, 이에 김무성 대표가 "총재님 키즈(kids)들 다 왔네"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세 차례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는 못한 이 전 총재는 김 전 대통령이 발굴한 대표적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3년 당시 이회창 대법관을 감사원장에 임명한 데 이어 '1인지하 만인지상'으로 일컬어지는 국무총리로 중용했고,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는 신한국당 선거대책위 의장으로 영입해 대권으로 향하는 돌다리를 놓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이후 대권에 도전하면서 이른바 '3김(金) 정치 청산'을 슬로건으로 내거는 등 김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됐다.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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