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신원호·이우정, 열 몇 살 그들의 1980's

강민정 2015. 11. 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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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진심을 확인할 길은 없으나, 내려놓았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더 잘 하는 것 같다.

“뭐, 다들 망한다고 하니 오히려 마음 편해지더라고요. 그냥 우리 하고 싶었던 거 하자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더 좋은 것도 있고요.”

케이블채널 tvN 금토 미니시리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제작진의 내려놓은 흥행 부담감을 ‘대박 갱신’으로 채우고 있다. 최근 시청률이 10%를 넘겼다. tvN 역대 시청률 2위인 ‘응답하라 1994’의 기록을 넘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이쯤되면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역대급 콤비’다. 특히 이우정 작가의 ‘작가 다운’ 저력은 예능보다 드라마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꽃보다’ 시리즈로 호흡을 맞추던 나영석 PD도 울게 할 궁합이다.

‘응팔’ 스틸컷.
△신원호·이우정, ‘열 몇살’ 그들의 1980s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응답하라’의 세 번째 시리즈를 기획하며 가장 먼저 한 고민은 시대였다. 언제로 돌아가면 좋을까에 대한 생각이었다. 고심의 중심에서 두 사람은 갈증을 느끼는 소재에 집중했다. ‘가족’이었다. 이웃이기도 했고, 친구이기도 했고, 사랑이기도 했다. 그 안에 ‘정(情)’이 있었다. 정의 감성을 살려낼 최적의 시대가 1988년이었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1988년 ‘열 몇 살’이었다. 신원호 PD는 1975년생, 당시 13세였다. 이우정 작가의 정확한 출생년도는 공개돼 있지 않지만 신원호 PD와 그보다 한 살 어린 나영석 PD와 ‘동년배’로 일하고 있으니 나이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그 즈음의 1980년대 후반, 신 PD와 이 작가를 비추던 거울도 ‘응팔’ 안에 있는 셈이다. 쌍문동 골목을 접수한 다섯 친구들에게 동생이 있었다면 꼭 신 PD와 이 작가 나이였을 터. 반대로 생각해 신 PD와 이 작가의 ‘내가 본 형아’ ‘내가 본 언니’의 모습이 ‘응팔’ 속 덕선, 선우, 탁, 정환, 동룡인 셈이다.

‘응팔’ 이일화.
△남편찾기는 거들 뿐, ‘엄마’ 찾았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관통하는 남편 찾기를 놓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찾기 코드’가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로 보면 첫째, 잊혀진 이웃 간의 유대관계를 찾았다. 둘째, ‘돌 벌어오는 기계’의 권위를 세워주는 법을 찾았다. 셋째, 옆에 늘 있어서 몰랐던 엄마의 소중함을 찾았다. 무엇보다 ‘엄마의 파급효과’가 컸다. 끓는 모성애를 보여줬다. 절절하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행복한 잔소리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런 엄마 또한 ‘엄마의 귀한 딸’이었다.

서울대 수학과 1학년생으로 데모에 뛰어든 딸 보라(류혜영 분)의 엄마는 딸의 ‘빨간줄’을 막기 위해 본인의 발이 피로 빨갛게 물들도록 비내리는 거리를 뛰어다녔다.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이일화의 인생연기’라고 추켜세웠다.

남편에 자식 둘까지, 총 ‘아들 셋’을 키우며 늙는 게 뭐 좋을까 싶었지만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살 수 있는 지금이 참 좋다는 엄마의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었을까. 시청자는 라미란이 그린 엄마의 깊은 존재감에 감동했다.

시어머니가 온다는 소식엔 눈 하나 깜짝 않던 며느리는 친정 엄마가 30분이면 집에 도착한다는 ‘비보’를 접하고 ‘효녀 모드’로 바뀌었다. 옆집에서 연탄을 빌려와 창고에 쌓아뒀다. 오렌지 쥬스를 가져왔고, 화장품을 빌려왔다. 수 십 년 세월이 묻은 가난의 흔적을 눈 깜짝할 새 지우기란 불가능했다. 특히 딸의 살림을 스캔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는 엄마의 시선에선 더욱 그랬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던 시절, 엄마와 딸이 주고 받은 무언의 진심은 신 PD와 이 작가가 ‘응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응답하라 1988’ 스틸컷.
△갑자기, 툭, ‘음악’이 홀렸다

‘응팔’은 OST의 풍년을 맞았다. 역대 시리즈 중 음악의 활용이 가장 다채롭다. 시청자의 반응도 뜨겁다. 이문세의 ‘소녀’,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변진섭의 ‘숙녀에게’, 산울림의 ‘청춘’ 등이 대표적이다. ‘소녀’는 혁오밴드의 오혁이 불렀고, ‘걱정말아요 그대’는 이적이 리메이크했다. ‘청춘’은 김필과 함께 산울림의 멤버인 김창완이 목소리를 더해줬다.

현재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차트 상위권은 ‘응팔’ OST가 차지하고 있다. 음악의 힘은 ‘응팔’이 조명한 그 시대 그 음악의 풍요로움 덕에 발휘되고 있다. 더불어 그 음악을 활용하는 제작진의 선곡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응팔’ OST는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성향이 강하다. 언제 어떤 에피소드에 무슨 노래가 흘러나올지 신경쓰는 시청자도 많지 않겠지만 무심한 듯 깔아놓은 배경음악에 시청자의 타임머신은 더 빠르게 돌아간다.

‘응팔’의 한 관계자는 “그 당시 한국 대중가요 시장에 명곡이 엄청 많았을 때였고, 제작진 역시 어느 때보다 ‘부자’가 된 마음으로 기획을 했다”며 “이 좋은 곡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많이 담아낼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땐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음악, 테이프를 돌리고 돌려서 듣던 음악이 소중했기 때문에 노래라는 것에 담긴 향수가 굉장히 진하다”면서 “10대였던 신원호 PD나 이우정 작가 역시 음악 하나하나를 선곡하는 과정에서 설렘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신원호 PD 역시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음악 하나로는 역대 시리즈 중 가장 행복한 작업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며 “아쉬운 건 오랜 음악이라 음질이 떨어진다는 부분인데 최대한 살려낼 것”이라고 자부해 ‘응팔’ 감성에 대한 기대를 자극한 바 있다.

강민정 (eld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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