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띠는 휴대폰 공단말기 시장..'지원금 약발 안 받네' 이통3사 시무룩

노승욱 2015. 11. 23. 09: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택 요금 할인율이 20%로 인상되면서 공단말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사진은 시내 이통사 대리점 모습.
스마트폰을 유통매장에서 구입한 뒤 이통사 대리점에 가서 개통하는 자급폰(공단말기) 시장이 커지고 있다. 단통법 시행 후 이통사 지원금이 축소되고 공단말기 요금 할인 혜택은 늘어난 덕분이다. 이통사 지원금 대신 요금 할인을 받는 ‘사실상 공단말기 가입자’가 300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공단말기 시장은 어디까지 활성화될까.

공단말기 활성화 왜 필요한가

▶이통사 유통 독점 부작용 해소

국내 휴대폰 시장은 일반적으로 이통 3사가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를 동시에 하는 단말기 서비스 결합 시장이다. 이통 3사는 각종 지원금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단말기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대신, 일정 수준 이상의 통신 요금제와 의무 가입 기간(보통 2년)을 요구한다. 이는 이통사와 제조사에 모두 만족스러운 구조다. 이통사는 단말기 할인을 미끼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고, 제조사는 큰 3곳의 유통 채널만 집중 관리하면 되니 일이 한결 수월하다. 소비자도 단말기 구입과 개통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편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단말기-서비스 결합 시장은 단점도 적잖다. 일단 가입자는 의무 약정 기간과 위약금 부담을 지게 된다. 소위 ‘노예계약’이라 불리는 문제다. 단말기 비용과 통신 서비스 요금 간 구분도 모호해진다. 소비자는 당장 거액의 지원금을 받아 단말기를 싸게 구입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고가 요금제 가입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조삼모사’나 다름없다. 단말기 구입비와 통신 요금을 더한 가계통신비가 낮아지지 않고 제자리를 맴도는 배경이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지난 2012년 블랙리스트 제도(아무 데서나 휴대폰을 사서 유심칩을 끼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를 도입했다. 단말기 구입과 개통을 분리함으로써, 제조사와 이통사의 가격 경쟁을 활성화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공짜폰’이란 말이 나올 만큼 엄청난 이통사 지원금(보조금)에 익숙했던 소비자에게 제값 다 주고 사야 하는 자급폰은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그간 공단말기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다.

그런데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휴대폰 공단말기 월별 판매량은 지난해 1월 대비 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에 잠시 우여곡절은 있었다. 단통법 시행 직후 공단말기 판매량이 2배 가까이 치솟았다가 4개월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것. 하지만 이후 다시금 공단말기 판매량이 서서히 늘고 있는 추세가 뚜렷이 감지된다(그래프 참조).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직후에 공단말기 판매가 급증했던 건 기존에 없던 공단말기 요금 할인 혜택이 갑자기 생기자 소니, 블랙베리 등 마니아폰 구매를 고려해온 소비자들이 대거 실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이런 대기 수요가 거의 다 충족된 올 초에는 공단말기 판매량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헌데 올 하반기 들어 다시 판매량이 늘고 있는 건 이제 일반 소비자가 공단말기 구매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최근 공단말기 인기 원인은

▶‘20% 선택 약정’으로 가격 경쟁력↑

공단말기 인기 현상에 대해 업계에선 공단말기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된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배경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올 4월에 실시한 ‘선택 약정 요금 할인제(이하 ‘20% 선택 약정’)’ 할인율 인상이 있다.

휴대폰을 개통할 때 가입자는 이통사 지원금과 통신 요금 할인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전자는 이통 3사 정책에 따라 매주 달라지지만 후자는 매월 12% 요금 할인으로 늘 같았다. 헌데 이 할인율이 4월부터는 20%로 2배 가까이 인상됐다. 공단말기로 개통할 때 할인 혜택이 그만큼 더 커진 셈이다. 류제명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공단말기를 구입해 이통사에서 개통하는 소비자는 현재 약 2% 수준이다. 단통법 시행 전 1%도 채 안 됐던 데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20% 선택 약정이 시행되면서 공단말기 개통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효과가 컸다. 향후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원금 대신 20% 선택 약정을 선택하는 가입자는 4월을 기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원금 대신 약정 할인을 선택한 가입자는 지난해 말 0.1%에서 올 4월 말에는 3%, 5월 20%, 7월 30%, 8월에는 50%를 넘어섰다. 롯데하이마트에서도 출고가 70만원 이상 프리미엄 휴대폰 구입자 가운데 20% 선택 약정을 선택한 소비자가 전체의 63%에 달했다(지난 10월 기준). 신규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지원금 대신 매월 요금 할인을 받는 쪽을 택한 것이다. 지원금보다 20% 선택 약정 할인 혜택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 갤럭시노트5 32G 모델(출고가 89만9800원)을 공단말기로 구입해서 개통하면 이통사 대리점에서 개통할 때보다 13만원가량 절약된다(SKT 밴드데이터 59요금제 기준). 이통사 지원금 15만7500원은 못 받지만, 대신 통신 요금을 매월 20%씩 할인 받는 혜택(28만7520원, 2년 약정 기준)이 쏠쏠한 덕분이다. 아이폰6 64GB 모델은 같은 요금제로 공단말기를 구입, 개통했을 때 차익이 21만원가량으로 더 커진다.

발등에 불 떨어진 이통 3사

▶재무 부담 가중…‘아! 옛날이여’

업계에선 20% 선택 약정 신규 가입자가 11월 현재 약 3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한다.

20% 선택 약정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통 3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어차피 이통사 지원금을 안 받을 거라면 스마트폰 단말기를 어디서 사도 소비자 혜택은 같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과 양판점 등 스마트폰 구매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른 유통 채널이 멤버십이나 추가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단말기를 훨씬 싸게 팔 경우 공단말기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신 스마트폰에 지원금을 실어 가입자를 손쉽게 유치하던 이통 3사의 영업 방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이통 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른 유통 채널로 빠져나가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이통 3사는 지원금을 더 많이 주거나, 멤버십 할인 혜택 확대 등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통사의 재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20% 선택 약정 가입자 증가는 이통 3사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깎아 먹는 요인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매월 보다 저렴한 이용 요금을 지불한다는 건 그만큼 이통사 마진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지난 3분기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이 2분기 연속 일제히 하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 선택 약정 가입자 증가에 따른 내년 이통 3사의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 하락 효과가 1%에 달할 전망”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은 무엇일까.

선용훈 롯데하이마트 모바일상품팀장은 “(이통사 지원금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지원금과 20% 선택 약정 할인 중 어느 쪽 혜택이 큰지 확인하는 것이 필수”라며 “특히 최신 프리미엄폰의 경우 구형 단말기보다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선택 약정 할인 제도가 한결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33호 (2015.11.18~11.2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